오픈마켓, 허접한 물건 팔고 "우린 중개업체~"
'판매자 패널티 부과'가 소비자 보상?...연대책임 제도 마련 시급
오픈마켓의 허술한 제품관리 및 무책임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직접 눈으로 제품을 확인할 수 없다는 온라인쇼핑의 특성상, 불량품이나 광고와는 딴판인 기대 이하의 상품을 배송받은 소비자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민원 고객에 대한 미숙한 사후처리 역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오픈마켓의 명성을 믿고 구입한 쿨매트가 사용 하루만에 터져버리는가 하면, 썩고 멍든 사과를 판매하고도 미안한 기색없이 뻔뻔한 대응으로 소비자의 화를 돋웠다. 제대로 판매가격을 검수하지 않고 엉뚱한 가격으로 판매 후, 일방적으로 주문취소를 강요하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하다.
소비자가 민원을 제기해도 '중재'· '판매처 패널티 부과'라는 소극적인 자세로 슬쩍 발을 빼고 판매자에게만 책임을 미뤄,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 썩고 멍든 사과 판매 후 "뭘 기대했어?"
5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사는 임 모(여.27세)씨에 따르면 지난 7월 27일 임 씨의 어머니는 G마켓에서 사과 한박스를 1만1천800원에 구입했다.
며칠 후 배송된 사과 박스를 열어 본 임 씨의 가족은 기가 막혔다. 사과 중 절반 이상이 썩거나 멍들어 있었다는 게 임 씨의 설명.
상자 속의 사과는 크기도 일정하지 않았을 뿐더러 여기저기 멍든 것 투성이라 도무지 돈을 주고 구입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환불 요청을 위해 판매처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않자 판매자 게시판에 ‘사과가 시고 아삭아삭하지 않아 환불을 요구한다’고 실제 상황보다 순화해 글을 남겼다.
하지만 돌아온 회신은 임 씨의 눈을 의심케 했다. '지금은 사과가 귀한 철인데 아삭한 사과를 바랬나요? 그건 기본적인 상식 아닌가요?'라며 사과는커녕 좋은 상품을 기대한 구매자를 비웃는 듯한 답변이었던 것.
뻔뻔한 판매자의 태도에 화가 난 임 씨는 판매자와 G마켓 측으로 모두 연락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었고 결국 사과는 집에서 썩고 있는 상태.
임 씨는 “어머니께서 G마켓 애용자라 생필품이나 먹거리 등을 자주 구매하고 있어 광고보다 상품질이 떨어지는 경우 등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허접한 상품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불만을 호소했다.
이어 "구매자가 불만을 이야기하면 적어도 제품이 어떤 상태인지 정도는 확인하는게 판매자나 중개업체가 해야 할 아니냐"며 "사과는커녕 뭘 기대했냐는 식의 뻔뻔한 응대에 어이가 없다"며 탄식했다.
이에 대해 G마켓 관계자는 “사과의 품질 불량은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 같다"며 "판매자와 연락 후 환불처리를 했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고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 "사용 하루만에 속터진 쿨매트, 기막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사는 유 모(남.42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7월 19일 11번가에서 쿨매트(베개+매트)를 5만원 대에 구입했다.
연일 내리는 비로 습도가 높고 열대야 등으로 불쾌감이 더해지자 쿨매트를 구입하기고 결심했고 이왕이면 믿을 수 있는 대형 오픈마켓의 제품을 선택했다는 것이 유 씨의 설명.
하지만 배송된 물건을 받아본 유 씨는 포장 상태에서 부터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두부박스에 담겨 온 제품에는 사용설명서조차 없었다.
제조사에 항의해 사용설명서는 팩스로 받아볼 수 있었지만 사용 후 하루만에 베게 끝단이 봉합불량으로 내용물이 튀어나왔다.
유 씨는 “끝단이 일정치 않은 등 마감 처리가 엉망이라 자고 일어나면 팔부위가 뭔가에 찔린 것처럼 쓰라리다 못해 따끔거린다”며 “'메이드인 차이나'라고 써있는데 중국에서 대량으로 만들다 보니 불량이 발생한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며 기막혀 했다.
또한 “이런 제품은 중소기업에서 만드는 것이다 보니 제조사보다는 판매처를 믿고 구입한다"며 "11번가를 믿고 구입했는데 실망이 크다”며 한숨지었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제품 등록 시 꼼꼼한 검토 절차를 거치지만 간혹 100개 중 1,2개 정도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며 "문제가 된 제품은 환불처리가 됐으며 사과의 의미로 고객에게 5천 포인트를 지급했다"고 답했다.
또한 “문제가 된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사에는 패널티를 부과할 것이며 앞으로 품질 재고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가격 잘못 적었네, 빨리 주문취소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거주 박 모(남.37세)씨는 지난 7월 15일 인터파크에서 콜맨 8인용 돔텐트를 21만4천원에 구매했다.
박 씨에 따르면 결제 후 이틀 만에 인터파크 측으로 부터 주문한 제품의 ‘재고가 없다’며 구매취소를 요청하는 문자메시지가 받게 됐다고.
제품 수령 일에 맞춰 캠핑 계획을 세워 둔 박 씨는 실망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하는 수 없이 취소신청을 하려고 인터파크 홈페이지를 접속했다 더 불쾌해지고 말았다. 재고가 없다던 텐트가 10만원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던 것.
부당함을 느낀 박 씨가 인터파크 측에 항의했지만 '판매자와 이야기 하라'며 책임을 미뤘고 판매자는 '직원의 실수로 가격이 잘 못 올라간 것'이라는 무성의한 답변이 고작이었다.
박 씨는 "의례적인 사과 뿐 모든 불편을 고객에게 떠 넘기는 업체에 정말 화가 난다"며 "재고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물건을 팔려하고 거기다 가격까지 잘못 올려놓는 어이없는 실수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판매자는 “직원이 제품 가격을 10만원이나 낮게 잘못 기재하는 실수를 해 이와 관련 고객에게 충분히 사과하고 양해를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미 재고가 없는 상태라 고객이 원하는 가격에 제품을 드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문제가 된 판매자에게는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며 “판매자의 실수로 고객이 불편을 겪은 부분이라 최대한 원만한 중재를 하려고 했지만 물품이 없어 문제해결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 매출이 늘어하는 만큼 피해규모도 '쑥쑥' 상승
2010년 오픈마켓 유통규모는 25조를 기록하며 매년 큰 폭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주요 오픈마켓 이용자들의 피해사례 역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오픈마켓 4곳(G마켓, 옥션, 인터파크, 11번가)에 접수된 소비지 불만 건수는 601건으로 2009년의 498건에 대비해 20.7%나 늘었다.
소비자들은 "민원발생 시 판매자가 아닌 오픈마켓 측에 분명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매자들은 개별 판매처가 아닌 오픈마켓를 믿고, 그들이 거래하는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것이 이유다.
한편,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통과여부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생해 온 오픈마켓의 소비자 민원이 줄어들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통신판매중개자로 정의된 오픈마켓들이 '법률상으로 배상책이 면제'된 데 반해 '중개의뢰자와 판매자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의무를 강화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