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와 제약업계 막장 대결의 결말은?

2011-09-14     안재성 기자

보건복지부의 ‘약가 일괄인하’ 방침 발표로 제약업계가 벌집을 들쑤신 듯 소란스럽다.


진수희 장관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유예기간마저 “필요 없다”며 밀어부치고 제약협회는  소셜네트워크까지 동원하는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제약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강경한 정책 노선에대해 “정부가 건강보험 운영의 실패(지난해 건강보험 당기수지 -1조2천994억원)를 제약업계에 떠넘기려 한다”며 울분을 토한다. 실제로 계속 이어지는 제약업계 규제 강화의 기저에는 건강보험 눈덩이 적자 우려가 깔려 있다.


지난해 4조9천753억원 등 22년간 총 47조원의 국고지원금을 받고도 건강보험 적자가 점점 더 심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63억5천만원의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6천33명 중 상당수가 국민연금은 꼬박꼬박 냈다는 사실은 건강보험재단의 무능을 입증한다. 부자들의 건강보험료 회피와 해외 교포들의 의료쇼핑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터져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이 정부재정 외로 운용되어 국회 재정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제약업계가 이런 제도적인 문제점을 도외시한채 손쉬운 약가에만 칼을 대는 정부에 울분을 토할만 하다.


하지만 제약업계도 정부의 우격다짐식 정책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바이엘코리아, 한국얀센, 한국노바티스,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CJ제일제당 등 6개사의 리베이트를 적발하고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 총 110억원을 부과했다.


이들 제약사는 지난 2006년 8월 1일부터 지난 2009년 3월 31일까지 자사 의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의사 등을 상대로 제품설명회·세미나·심포지엄 등의 명목 하에 식사접대, 회식비, 교통비, 숙박비 등 각종 우회적인 수단을 이용해 약 530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리베이트가 전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지만 제약업계는 여전히 리베이트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제약업계가  “리베이트를 막으니 의사들이 제네릭 대신 외국 제약사의 값비싼 오리지널을 주로 처방해 약가가 오히려 더 올랐다”고 항거했지만 결국 자기 무덤을 판 격이다.  복지부가 제네릭과 오리지널 모두 특허만료 시 가격을 대폭 낮추도록 하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향후 수십조 원까지 부풀어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건강보험 적자가 우려된다 해도 이런 막장 대결은 양쪽 모두에 상처만 남길 뿐이다.


제약업계는 ‘약가 일괄인하’가 시행되면 매출(현재 약 13조원)이 3조원 이상 증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말 그대로 궤멸적인 타격이다.

 

정부도 가뜩이나 취약한 제약산업이 그나마 궤멸해 다국적 외국제약사에게 안방을 내주는 결과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내부 문제를 개선하고, 제약업계는 리베이트를 스스로 줄이는 등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먼저 실천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야 하는 일이 우선순위가 아닐까 싶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