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이물질 조사 귀찮아?" 유관부서 핑퐁
소비자가 지쳐 떨어질 때까지 지자체-농림부 서로 미뤄
우유에서 이물질을 발견한 소비자가 진상규명을 위해 나섰다가 갈 곳을 잃고 헤멨다. 객관적인 조사결과를 얻기 위해 시청 관계부서에 이물질 혼입 경로를 밝혀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접수 단계에서 가로막혀 결국 포기했다.
우유는 '축산물가공품'으로 분류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나 시·도 농정과 등에 민원을 접수하는 것이 순서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지난 6월께부터 접수된 일부 민원을 시청 등 지자체에 우선 이관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관된 민원해결이 어려운 경우 상위 기관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로 다시 이관된다.
그러나 우유 속에서 이물질을 발견한 소비자가 시청에 민원을 접수하는 첫 단계에서 거절당해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이물질 혼입경로 점검을 의뢰할 기회까지 박탈당하게 됐다.
축산물가공품 이물질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민원을 신속, 정확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관부서간의 긴밀하고 효율적인 업무 협조가 우선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 거주 노 모(남.28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월부터 한 대학에서 생산하는 우유(200ml) 2팩씩을 매일 배달받아 월 4만원에 먹기로 2년 약정 계약했다.
3개월 후, 우유 속에서 담뱃잎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견한 노 씨는 자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피력하며 제조사 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제조사 측은 제품 수거 일주일 후 노 씨에 '담배 이물질은 맞지만 공장에서는 이물질이 혼입될 가능성이 없다'는 결과보고서를 건넸다.
결과에 납득할 수 없었던 노 씨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제조사 측은 “소비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제조공장도 금연시설이라 확실한 결과를 위해 정부기관에 의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해당 지자체에 조사를 의뢰,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안내했다.
노 씨는 우유 이물질에 대한 민원제기 방법을 문의하고 부천시청의 녹색농정과 축정팀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관계부서는 “공장에서 검사한 결과와 똑같을 것”이라며 아예 접수조차 해주지 않았다고.
노 씨는 “우유가 ‘축산물가공품’이다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아닌 시청 등에 문의해야하는데 관계부서는 접수조차 않고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어이없어했다.
이에 대해 부천시청 녹색농정과 관계자는 “주로 소비자가 우유대리점을 통한 약정계약을 맺고 우유를 먹다가 배탈이 난 경우 대리점 등을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분쟁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우유에서 불순물이 나온 경우는 1년에 3~4건씩 접수되지만 관계부서가 불순물이 어디에서 나왔는지까지 점검을 진행해 증명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축산물가공품 ‘우유’에서 소비자가 이물질을 발견한 경우 직접 점검에 나서는 등 진상규명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소비자보호과 관계자는 “지난 6월경까지는 우유 이물신고가 들어오면 제조과정중 이물질이 혼입됐다면 생산공장을 방문해 점검을 했지만 최근들어 우선 시도위생과나 축산과 쪽으로 연결하고 있다”며 “관할부서에서 원인분석 후 민원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업무를 이관해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도관할부서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원활한 업무협조가 되지 않아 실제 피해 소비자를 갈팡지팡 오가게 할 뿐 실제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
이번 사안에 대해 시청 관계자는 “시청에서 민원접수를 받아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등 관계기관까지 민원을 올리려면 시간이 두 세배가 걸린다. 민원인 입장에서는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바로 민원을 올리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지자체가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행정제제 등의 통제는 시군구에 맡기는 것이 용이할 것”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결국 노 씨는 유관부서 간의 핑퐁치기에 지쳐 진상규명을 체념했다.
한편 제조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다가 공장도 금연시설로 운영되고 있어 정확한 혼입경로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기관 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져 소비자와 갈등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