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주례가 사라진다.

2007-05-30     뉴스관리자
“애들 장난같다고요? 오늘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 우리 두사람이지, 주례가 아니잖아요.”


백년해로를 다짐하는 엄숙한 결혼식장에 ‘주례’가 사라지고 있다. 스스로 ‘주인공은 우리’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고, ‘주례 없음’을 내세운 결혼식장은 이미 올해 말까지 예약이 ?? 찼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 9월 결혼을 앞둔 양현승씨(32)는 “가족들과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주례없이 결혼을 하기로 했다”며 “의례적인 주례사에 하객들도 짜증이 날 것 같고, 주인공은 우리들인데 주례가 있으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2주전 결혼한 김정현씨(28ㆍ여)는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하다가 주례없는 결혼을 선택한 케이스. 김씨는 “나와 신랑이 결혼식의 진짜 주인공이 된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주례가 없는 대신, 양가부모가 성혼선언을 한 후 신랑 신부는 미리 준비한 편지를 읽어내려가며 “서로에 대한 초심을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주례없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은 “검은 머리 파뿌리되도록…”으로 이어지는 천편일률적인 주례사 대신 부모들의 성혼선언과 덕담을 듣고. 하객 대표로부터 축하를 받으면 오히려 부부로서의 책임감을 더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예식장 ‘치퍼스‘의 이재훈 운영팀장은 “마땅히 주례를 세울수 없는 경우가 많아 전문 주례사를 고용하는등 형식적인 주례가 많았다”며 “주례 대신에 지인의 뜻깊은 축하 인사를 듣고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부모님의 진심어린 얘기를 결혼식에서 들으니 본인들이 감동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2년여 전만 해도 ‘유학파’들을 중심으로 소수에게서만 행해지던 주례없는 결혼이 최근에는 널리 확산됐고 반신반의하던 부모들도 만족한다”고 전했다.


젊은 하객들의 호응도 좋다. 최윤미(30ㆍ여)씨는 “얼마전 가봤던 주례없는 결혼식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결혼식중 최고였다”며 “일반적인 결혼식때는 주례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러 갔는데 그 결혼식에는 끝까지 재밌고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기성세대들은 “결혼식이 무슨 애들 장난이냐”며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주례없는 결혼식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혼컨설팅업체 드림웨드의 원정옥 이벤트팀장은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시는 분이 많아서 최근에는 혼인서약을 신랑 신부가 직접 만드는 등 그들만의 아이디어로 결혼을 하려는 젊은 층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과거의 결혼은 가족과의 결합이었으나 현재 젊은이들은 개인간의 결합으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며 “양가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아 결혼식의 주인이 됐던 주례의 의미를 젊은이들은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 대신, 자신들만의 추억으로 만들려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