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유리 냄비 줄줄이 폭발.."수류탄 뺨쳐"
주방, 거실 등 곳곳에서 사고 발생...안전대책 마련 시급
강화유리 냄비뚜껑이 깨지는 '자파현상'과 관련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근 디자인적인 요소로 강화유리가 조리기구로 많이 사용되면서 폭발사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 역시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강화유리 사고는 2009년 29건, 2010년 34건, 올해 4월까지 이미 12건이 넘어서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유명 브랜드 냄비 뚜껑이 조리 도중 폭발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 여러차례 제보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소비자들이 불안함에 발만 구르고 있다.
강화유리의 표면압축응력을 방해하는 이물질이 유리에 함유됐을 경우 예기치 않은 강화유리 ‘자파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
대부분 강화열처리 과정에서 하자제품이 걸러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심한 온도차를 자주 겪거나 작은 충격이 반복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사용시 소비자들의 주의에 앞서 업체 측의 꼼꼼한 제품 검수와 적극적인 안전대책 마련이 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냄비 뚜껑 수류탄처럼 '펑' 폭발
8일 영통구 매탄동에 사는 하 모(남.37세)씨는 최근 난데없이 폭발한 냄비 뚜껑으로 인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깨진 냄비는 키친아트에서 나온 3만 원 상당의 제품. 조리가 끝나 불을 꺼둔 냄비의 뚜껑이 갑자기 ‘펑’소리를 내더니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산산조각 났다는 게 하 씨의 설명이다.
당황한 하 씨가 제조사 측에 항의하자 구입처에 문의하고 환불받으라는 무책임한 답변뿐이었다고.
그는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원인 조사조차 하지 않는 업체 측의 태도에 기가 막힌다”며 “언제까지 소비자는 이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어야 하는 것이냐”며 토로했다.
이와 관련 업체 관계자는 “유리 생산과정에 문제가 있어 유리가 깨졌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음식이 끓어 넘칠 것을 대비해 뚜껑을 비스듬히 놓고 사용하다가 직열을 받은 유리가 깨진 경우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냄비 뚜껑이 직열을 받았을 경우에는 테두리가 검게 변하고 유리가 깨진 모양도 부채꼴 모양으로 나타나므로 쉽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체 측은 본지의 취재 이후 하 씨의 가정에 방문, 제품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이미 폐기처분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 "우리제품 폭발은 모두 '소비자 부주의' 탓~"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에 사는 채 모(여.46세)씨 역시 ‘말로만 듣던’ 후라이팬 유리뚜껑 폭발 사고를 당하고 식겁했다.
2년 전 구입한 ‘테팔’의 후라이팬으로 요리를 하던 중 펑~하는 소리를 들었다. 깜짝 놀란 채 씨가 소리가 난 곳을 살펴보니 고기를 굽던 후라이팬의 유리뚜껑이 터지면서 작은 유리 파편들이 상 위에 흩어져 있었던 것.
손님 접대를 위해 장만한 음식들이 못 쓰게 됐을 뿐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채 씨는 “뉴스 등에서 봤던 강화유리 자파현상을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유리 파편 등으로 인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인 데 아무런 조치 없이 제품이 판매되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에 대해 ‘테팔’ 관계자는 “다른 회사 제품의 문제까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우리 제품의 유리뚜껑 ‘자파현상’은 대부분 소비자부주의 때문인 것으로 판명이 났다”며 “문제가 발생한 제품을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강화유리 자체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 강화유리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군 위험주의보
더 큰 문제는 강화유리 '자파현상'에 따른 사고의 가능성이 주방용품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강화유리 자연파손 및 폭발 사고 통계를 보면 사고가 일어난 품목이 다양해 소비자들의 안전을 다각도로 위협하고 있다.
2009년 부터 올해 4월 까지 접수된 사례를 분석해 보면 가스레인지가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냄비가 16건, 강화유리 제품(탁자·식탁 위 유리 등 포함)이 10건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장소는 주방(39건), 거실(9건), 욕실 및 화장실(8건) 등 주로 일상 생활공간이 많았다.
강화유리의 자파현상 원인으로는 유리원료에 포함된 불순물(니켈 황화물)의 영향, 내부응력의 불균일한 강화처리 및 가공중 발생한 미세한 흠집, 제품 사용중 발생한 흠집으로 인한 압축응력층의 균열 등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지난 5월 가스레인지와 가스오븐레인지 유리상판의 온도 상승에 따른 깨짐 현상을 막고자 유리 두께를 종전 4㎜에서 6㎜이상으로 강화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성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