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 매각 표류...재무 상황 한계 다달아

2011-09-08     유성용 기자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M&A)이 장기 표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재무 상황이 한계에 달한 것으로 전해져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다.

8일 대우일렉 매각주관사인 우리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대우일렉을 인수키로 계약을 맺었다 자격을 박탈당한  이란계 전자회사 엔텍합 그룹의 계약 보증금 반환 안건 협의회 기준일인 지난 7일 일부 채권단의 동의서만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대주주로 절반 이상의 의결권(57.42%)를 가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캠코 관계자는 "정당하게 획득한 계약금을 달란다고 준다면 향후 모든 M&A 계약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한 엔텍합이 매수인 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을 낸 만큼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의서 제출은 통상적으로 기준일에대한 법적 제한이 없으므로 조만간 의사를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이 계약 보증금 반환 안건 가결을 위해선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캠코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이상 안건 가결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우일렉은 채권단에 공식 인수의사를 전달한 스웨덴 가전회사 일렉트로룩스와의 매각작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엔텍합은 지난 5월 자금조달 문제로 채권단으로부터 인수자 자격을 박탈당한 뒤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엔텍합은 작년 11월 대우일렉의 자산과 부채를 5천777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채권단과 맺으며 계약금  578억원을 냈었다.


잇따른 매각 실패로 대우일렉의 재무 사정은 한계에 달했다.

대우일렉은 모기업인 대우그룹 해체로 대우전자가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사명을 바꾸고, 구조조정과 함께 일부 사업을 정리해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 위주로 새 판을 짠 회사다.

2009년 취임한 이성 사장이 실무형 리더십을 앞세워 수익 중심의 경영을 펼쳐 12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올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후와 과제인 매각작업은 번번이 실패했다. 4~5년간 매각작업이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대우일렉의 가치는 3천억원 초반대로 반 토막 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업이익도 해마다 줄고 있다. 2009년 401억원으로 회생의 기미를 보이는가 싶었지만  2010년 176억원으로 줄었고, 올 상반기에는 1억6천만원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게다가 대우일렉은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순손실이 2009년 1천852억원, 2010년 646억원, 올 상반기 2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에 대해 매각 주관사인 우리은행을 비롯한 외환은행, 신한은행 등 금융권에선 엔텍합에 보증금을 돌려줘 엔텍합이 대우일렉에 일부러 지급하지 않고 있는 외상 대금을 지급토록 해  대우일렉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금 반환으로 소를 취하하고 매각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며 "자칫 한계에 다다른 대우일렉의 재무 상태가 악화돼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