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금리장사 도 넘었는데도 금융당국은 뒷짐

2011-09-08     임민희 기자
시중은행들이 저금리 기조를 틈타 3% 수준의 막대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으로 수익을 챙겨온 가운데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를 이유로 일부 대출상품의 금리를 인상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은행권이 '금리장사'로 수익을 챙기는 반면, 서민금융에는 인색한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감독/규제해야할 금융당국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들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고금리 특판예금 상품까지 출시하며 고객유치에 나섰지만 수신고가 넘쳐나는 지금은 기준금리 인상과 관계없이 예금금리는 인하 또는 동결한 반면 대출금리는 지속적으로 올리는 '얌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각 은행의 금리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대마진 격차를 줄이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보다는 '금융회사 편들기' 행각이 도를 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통해 '금융개혁'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고무줄식 금리산정에 소비자들 분통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 7월말 잔액기준 총수신금리는 연 3.08%, 총대출금리는 연 6.08%를 나타냈다.

은행들이 무려 연 3%의 예대마진을 챙겨온 것이다. 신규취급액기준으로도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3.79%, 대출금리는 연 5.86%로 2%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예금은행의 잔액기준 총수신 평균금리는 2008년 4.8%까지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2.18%까지 떨어진 후 2% 후반에서 3% 초반의 금리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잔액기준 총대출 평균금리는 2008년 연 7.5%에서 2010년 연 5.7%까지 하락했으나 올해 들어 점진적으로 상승해 연 6% 초반까지 올랐다.

8일 현재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각 시중은행의 예금․대출 금리현황을 보면 1년 정기예금 상품 중 산업은행의 e-Sense(스마트폰)이 연 4.5%로 은행권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주고 있다.

제주은행 사이버우대정기예금(인터넷전용) 연 4.3%, 수협 사랑해 나누리예금 연 4.25%, 부산 BIC3정기예금(CD연동금리) 연 4.19%로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고 있는 반면, 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예금금리는 평균 연 3% 중․후반대에 그쳤다.

정기적금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4대 시중은행의 1년 기준 정기적금 상품 중 금리가 연 4%를 넘는 것은 우리은행의 우리사랑정기적금(4.1%)이 유일했다.

국민은행 직장인우대적금 연 3.6%, 하나은행 오필승코리아적금(정액적립식/가계) 연 3.4%, 신한은행 Mint(민트)적립예금(정기적립식)연 2.9%로 신한은행이 가장 낮은 금리를 주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변동, 고정) 금리현황을 보면 최고금리가 낮게는 연 5.1%에서 높게는 연 7.62%까지 적용하고 있다.

이렇듯 낮은 예금금리와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한 결과 4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7조9천억원이란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다.

가계대출 억제 빌미 또 다시 대출금리 인상?

최근에는 일부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는 인하하고 대출금리는 또 다시 올리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키위정기예금의 금리를 0.2%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도 신한월복리예금 금리를 0.1%포인트, 국민은행도 슈퍼정기예금 금리를 0.13%포인트 인하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금리고정 모기지론'의 가산금리를 0.2% 인상했으며 농협과 신한은행 등 타은행들도 인상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은행은 '가계대출 억제'를 명분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이는 예대마진 격차를 높여 이익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채권금리+а'를, 대출금리는 'CD(양도성예금증서) 또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 +а'를 각각 적용하고 있다. 

특히, 예금금리 산정에는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업무추진비 등 복잡다양한 비용이 추가되지만 실상 공개를 꺼리고 있다.

대출금리 역시 기준금리가 되는 CD나 코픽스의 경우 사실상 은행의 영향력 하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은행의 금리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출금리 인상과 관련해 "신규 당시에는 고정금리가 연 4.76%포인트로 고시가 됐는데 2주 지난 후에 연 4.5%포인트로 떨어져서 이에 맞춰 조정을 한 것으로 가계대출 억제 측면도 있다"며 "신한은행은 확정금리를 적용하는 데 반해 우리은행은 시장금리에 따라 변동성이 발생, 낮아지면 수익 감소로 역마진이 나타날 수 있어 이를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슈퍼정기예금 1년제 금리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영업점장 최고 전결금리(개인마다 은행기여도에 따라 차별 적용)라서 최고 수준의 금리폭이 낮아진 것"이라며 "최근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는데 이 상품만 인하됐을 뿐 6개월 금리는 오히려 올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리산정 시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사항이 있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며 "여신은 타 은행보다 한도부분에 여유가 있는데 아직까지 대출금리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소비자 피해 외면..인적쇄신 통한 '금융개혁' 시급

금융소비자 관련 단체들은 은행들이 자신들 입맛에 맞게 대출금리를 올려 '금리장사'를 하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이 이를 규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소비자에게 가계대출 등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들의 금리산정 방식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은행 고유의 영업방침 아니냐며 두둔해 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채권시장의 금리가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반면 CD나 코픽스 금리는 은행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금리시장으로 그 시장이 점점 위축, 축소되면서 은행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사무총장은 "은행들이 금리산정에 정상적인 룰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시장금리를 왜곡하고 맘껏 이익을 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소비자 피해보다는 은행의 건전성, 즉 부실이 났을 때의 국가 경제적 문제만 보고 감시, 감독 등의 어떠한 제제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울러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전체적인 이자마진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이익의 포션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와의 돈독한 공생관계를 끊기 위해서는 외부인사 수혈 등의 인적쇄신을 통해 금융개혁을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