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AS가 구멍가게 만도 못하냐"

도시바ㆍ소니ㆍHPㆍ모토로라… 교환- 환불 불만 잇달아 제기

2007-06-01     백상진 기자
도시바, 소니, HP, 모토로라 등 한국에 진출한 세계적인 IT기업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클레임을 제기해도 담당자와 통화하기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교환이나 환불에 매우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싶어도 게시판을 운영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소비자들은 "이들 기업이 한국에서 물건 팔아먹는데만 급급할 뿐 A/S 등 고객서비스는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과 한국소비자원 등에 올라온 유명 다국적 기업 불만사례를 모아봤다.

#사례1=컴퓨터 유지관리보수를 하고 있는 김광태(36·서울 금천구 가산동)씨는 작년 11월 도시바 노트북(TECRA M5) 2대를 업체에 납품했다.

처음부터 다운 증상이 있었지만 업체 관계자는 그냥 썼다. 그런데 5월부터 하루에 여러번씩 다운이 되어 10일 처음으로 A/S센터에 입고시켰다.

처음에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갈았다. 다음에는 메모리를, 3번째에는 메인보드를 각각 교체했다.

지난 24일까지 2주간 4번의 수리를 받았다. 그래서 환불이나 새 제품으로 교체를 이야기 하니 “규정상 안된다”며 “한 번 더 A/S 들어오면 처리해주겠다”고 답변했다.

더욱 웃기는 것은 도시바코리아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싶은데도 연락이 안된다는 점. 고객지원센터로 전화를 걸면 용산A/S센터 기사로부터 연락이 온다.

도시바코리아는 마케팅만 하는지는 몰라도 클레임을 담당하는 고객지원센터와는 차단이 된 듯했다. 전화를 바꿔주지 않기 때문이다. A/S센터도 직영이 아닌 외주업체인 듯했다.

“A/S가 늦게 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기사는 한술 더 떠 “뭐가 늦었냐. 왜 전화해서 자기 업무를 보지 못하게 하느냐. 소비자원에 고발하라”고 되레 큰소리쳤다.

수리내역과 교환불가를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하니 A/S기사는 수리결과서만 달랑 보내왔다.

그래서 다시 회사이름과 대표자 직인이 찍인 공문을 보내달라고 하니 자기들은 그런 의무가 없다고 대꾸했다.

김 씨는 “한국에서 물건 팔아먹고 본사는 나 몰라라, A/S센터는 배째라고 한다”며 “컴플레인조차 할 수 없은 회사가 한국에 발 붙이고 있다는 게 열받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도시바코리아 고객지원센터 관계자는 "고객지원센터에 전화를 하면 기사분하고 통화할 수 있다. 다만 기사분이 작업중이면 전화를 못 받을 수 있다. 고객은 이 경우인 것 같다.

구입후 30일 이내에 불량이 발생하면 구매처에서 반품해준다. 이 기간이 지나면 수리를 해준다. 또 동일하자가 4번째 발생하면 환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례2=소비자 왕진원 씨는 지난해 7월 지인을 통해 소니사의 ‘브라비아’ 40인치 LCD TV를 구입했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320만원대의 가격을 250만원에 특별판매했다.

1개월쯤 후부터 TV 좌측 하단에 아주 작은 점 하나가 생겨났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판단되어 그냥 지나쳤다.

10월 이사를 하면서 당시 판매처에 설치를 의뢰했다. 기사가 “TV가 이상하다. 점이 없어야 한다. 교환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인을 통해 구입했고, 또 정품이었기 때문에 그냥 썼다.

하지만 TV화면에 세로 줄이 생기고 급기야는 화면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서비스센터에 연락하니 3주 후에 “회수해서 점검을 해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더욱 더 황당한 것은 수리비용이 200만원, 고객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왕 씨는 "외부의 충격으로 이상이 생겼다고 하는데,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월드컵에 편승해 대만산 비매품을 판매해서 그런 게 아닌지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고 한국소비자원에 불만을 제기했다.

#사례3=소비자 김상대 씨는 2006년 8월 HP 레이저 프린터를 구입한 후 건강 문제로 병원신세를 지는 바람에 박스도 개봉못한채 두었다가 5월 29일 꺼내봤다.

프린터 자체에 있어야 할 출력용지 확장판(받침판)과 부속품으로 포함되어야 할 프린터 드라이브 CD 등이 없었다. 전원 케이블 뿐이었다.

또 4개의 프린터 카트리지중 빨강색 1개만 정상적으로 삽입되고, 나머지 3개는 잘 들어가지 않아 인식도 못하고 도어도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HP고객콜센터에 접수하고 교환을 요청하니 구입 후 15일 이내에만 교환이 된다고 했다.

김 씨는 “100만원이 넘는 제품을 구입해 한번도 쓰지 않았는데, 한 두가지도 아닌 하자를 수리해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고 소비자원에 고발했다.

#사례4=대학생인 김경희 씨는 학교 동아리에서 최신형 HP 레이저 프린터를 쓰다가 고장이 나서 A/S를 맡겼다.

그런데 한국HP측은 부품이 없다고 프린터를 싱가포르로 보내버렸다. 거의 2달 내내 프린터가 오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한 달 뒤에나 도착한다고 한다.

김 씨는 “인쇄할 것도 많은데, 어떻게 임시 프린터를 받는다든지 방법이 없느냐”며 “HP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려고 해도 게시판도 없다”고 소비자원에 하소연했다.

#사례5=자영업자인 서영길(32·충남 천안시 두정동)씨는 2006년 4월 모토로라 MS500기기를 구입하였다.
약 6~7개월을 잘 사용을 하고 있던 중 한 매스컴을 통해 이 제품의 리콜이 많이 들어온다는 뉴스를 접하게 됐다.

“내 핸드폰만큼은 그 중에 속하지 않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약 10개월 후부터 서서히 잔고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대방 통화소리가 안 들리고, 버튼이 안 눌러지고, 한참 후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던중 모토로라 AS대리점에 문의를 하니 1년 이내에 수리를 해야지만 무상으로 수리가 된다는 것이었다.

서 씨는 “바쁜 일상생활로 대리점을 방문할 시간이 없었고, 1년 이내에 대리점에 수리를 못맡긴 자신도 잘못이지만 일반직장인들이나 사무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위한 방책이 너무나 미흡하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모토로라 관계자는 "소비자의 상황은 안타까우나 정책상 어쩔 수 없다. 보증기간 1년이 지난 제품에 대해서는 유상서비스가 원칙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