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 김경호 사장, 인사잡음 야기한 속내는
2011-09-26 임민희 기자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경호 사장은 지난달 2일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데 이어 또 다시 최근 임명한 비서실장과 상임이사 선임 문제로 노조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를 두고 공사 내부에서는 '측근인사 기용'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공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노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2명의 상임이사 후임 인사와 관련, 3명의 후보군(부장급)을 놓고 임원 및 노조간부 등과 지난달 말 의견 조율을 가졌다.
임기 만료된 상임이사 중 한명은 외부출신이라는 점에서 1명만 내부출신을 임명키로 한 것.
하지만 김 사장은 이같은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이달 5일 돌연 임원회의를 열어 당초 의견 조율내용과 달리 후보군에 올랐던 다른 인사를 상임이사로 선임키로 방침을 바꿨고 6일 비서실장도 전격 교체했다는 것이다.
이에 주택금융공사 노조는 지난 7일 성명서를 내고 기존에 내정됐던 차기 이사를 다른 인사로 갑작스럽게 교체한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또 비서실장 인사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주택금융공사 노조 관계자는 "김 사장은 5일 임원회의를 열기 며칠 전에 이미 차기 상임이사 내정 사실을 임원진과 노조간부 등에게 알렸고 상부기관인 금융위원회에도 통보해 청와대까지 보고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사장이 돌연 결정을 바꾼 배경에 대해 면담까지 가졌지만 아직까지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의혹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상임이사 인선 문제를 맡아 진행하던 비서실장이 정기인사 형식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교체된 점도 의문"이라며 "사장의 권한이라고는 하나 인사과정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진상규명을 통해 구성원들의 혼란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택금융공사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보통 사장이 취임하면 비서실장도 바뀌는데 외부 인사를 새롭게 채용한 게 아니라 같은 급수의 내부 직원을 발령낸 것"이라며 "상임이사 인사 역시 사장 권한으로 여러 후보군을 최종 선별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사선임 과정과 관련해 "4명의 이사 중 2명이 9월에 임기가 만료돼 후임자 인사를 낸 것으로 사전에 이를 통보하거나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 의혹으로 노조 등과 갈등을 겪은 데 이어 또 다시 인사내홍이 불거지고 있어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김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 후 행정고시(21회)에 합격, 재무부를 거쳐 재정경제부 재정융자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자문위원 겸 고문 등을 역임했다.
노조 측은 김 사장 취임 당시 주택금융공사의 주요 요직을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어 다른 출신 직원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며 큰 반감을 나타냈었다.
실제로 연임에 성공한 태응렬 부사장 역시 기재부 출신이며 1~2급 등 상위 보직에도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20~30%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처음에 사장 선임 문제가 나왔을 때 정부 측 인사, 즉 기재부 출신 인사(모피아)가 공기업에 오는 데 대해 논란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기재부 출신인 김경호 사장이 취임한 이후 아직까지 노사 간 부딪히거나 협상에 들어간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