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저축은행 인수 대상 물색
서울, 경기권 우량 저축은행이 1순위..지방 매물은 매각 난항 겪을 듯
2011-09-27 임민희 기자
특히, 4대 지주사들은 향후 시장에 나온 저축은행 매물 가운데 가급적 서울, 경기권에 영업기반을 둔 '우량 저축은행'을 '가격이 맞으면'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만약 7개 저축은행 모두가 매물로 나올 경우 토마토, 제일 등을 제외한 지방소재의 나머지 저축은행들은 매각처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부실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청와대 역시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경영정상화든 매각이든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자체 경영정상화 작업과 동시에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금융권의 인수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진단을 받은 85개 저축은행의 부실 상황이 예상보다 커서 향후 몇 개의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올지 알 수 없고, 금융권 역시 금융당국에 떠밀려 마지못해 저축은행 인수에 참여하는 모습이어서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영업 정지된 토마토, 제일, 제일2, 대영, 프라임, 에이스, 파랑새 저축은행은 45일간 자체 경영정상화 기간을 거치지만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에 못 미칠 만큼 부실이 심각해 사실상 매각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최근 실사에 들어간 부산저축은행을 비롯, 이번 영업정지에서 화를 면한 6개 저축은행 등도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어 추가 영업정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영업 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 영업정지 여파로 자회사인 토마토2저축은행도 26일까지(6영업일) 무려 2천54억원의 예금이 인출되는 등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조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저축은행 매물이 대거 시장에 나올 예정이지만 금융권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선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해 보겠지만 수익성이 없거나 가격이 맞지 않을 경우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4대 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 대형증권사 1~2개 정도다.
이중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는 올해 초 영업 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해 3월 '우리금융저축은행'으로 강남점과 신촌점 등 2개 영업점에서 영업을 재개, 운영 중이다.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와 신한금융지주(회장 한동우)는 1차 구조조정에서 영업 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패키지 매각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가격 문제'로 입찰을 포기했다.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의 경우 저축은행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외환은행 인수 작업이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어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가격이 맞으면 복수의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KB의 경우 성장기반이 개인고객, 특히 서민금융이다 보니 어윤대 회장도 책임감을 갖고 저축은행 인수 의지를 계속 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은 "추가적인 인수를 검토 중이건 맞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매물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좀 더 시장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 배경에 대해 "은행권과 저축은행에 거래하는 고객의 니즈가 다르기 때문에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고금리를 선호하는 고객의 수요나 고객에 맞게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현재 2곳의 저축은행 영업점을 운영 중인데 일단 고객들이 '우리금융'이란 브랜드에 대해 신뢰가 있어 꾸준하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역시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저축은행 인수를 준비해 왔고 입찰에도 참여했는데 가격이 맞지 않아 낙찰이 안 됐다"며 "향후 나오는 매물에 대해서도 같은 전략으로 참여를 할 텐데 특히, 영업구역이 서울이나 경인 쪽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가격을 보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매물, 영업구역 등에서 시너지가 높다면 적극 인수할 계획"이라며 "일단 인수대상 매물을 보고 1개를 인수할지, 여러 개를 인수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