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카드결제 거부, 소비자 원성 끓어
"수수료 높아 보험료 인상 요인" vs "결제 비율 낮은데 뭔소리~"
“이제부터 보험료 카드결제는 불가능 합니다, 현금결제 하세요.”
지난해부터 내노라하는 보험사들이 보험가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내용이다.
갑작스런 보험료 카드결제 금지의 발단은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부터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모든 보험상품이 카드 결제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카드사와 보험사가 카드 결제 방식과 조건을 합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둠으로써 카드 수수료를 두고 양측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
보험사들은 평균 3%대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앞다투어 카드결제를 전면금지하거나 계열사나 제휴사 카드로만 결제 가능하도록 제약을 두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한 일방적인 횡포에 대해 보험사 측은 "최종적으로는 보험료가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오히려 생색을 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입자들의 예산이나 경제 사정 등은 모조리 무시한 채 터무니 없는 핑계만 대고 있다"며 결제방식 선택권을 요구하고 있다.
◆ "껌 1개도 카드결제 되는 세상에..."
30일 경기도 동두천시에 사는 최 모(남.36세)씨에 따르면 그는 2년 전 ING생명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해 매달 보험료 20만원을 카드로 결제해왔다.
지난해 여름 ING생명 측으로부터 "보험료 카드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갑작스런 통보를 받게 됐다.
최 씨는 “애초에 계약할 때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방적으로 이를 깰 수 있느냐”며 “편의점에서 단돈 천원짜리 물건을 사더라도 카드결제가 되는데 몇 십만원짜리 보험료를 카드로 받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ING생명 관계자는 “올해부터 보험료 납입방식과 관련해 카드결제가 제외된 것은 사실”이라며 “보험사와 카드사간 이견이 있어 조정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돼 죄송한 마음이지만 카드 수수료가 내려가면 보험료도 저렴해져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니 조정을 기달려달라”고 덧붙였다.
◆ “보험료 카드결제는 규정 상 불가”
광주시에 사는 김 모(남.26세)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김 씨는 지난 달 어머니를 피보험자로 월 보험료가 7만원 가량인 동부화재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했다.
첫 달 보험료를 현금으로 낸 김 씨는 혹 현금이 부족한 경우 보험이 실효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결제방식을 카드로 변경 신청했다. 하지만 동부화재는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씨는 “동부화재의 다른 보험은 같은 카드로 이미 결제하고 있는데 이번 보험은 왜 안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카드결제를 하면 동부화재에서 수수료가 나가기 때문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관계자는 “현재 고객의 요청에 대해 민원처리가 된 상황”이라고만 밝혔다.
◆ '카드 수수료' 두고 보험사-카드사 힘겨루기
문제는 이 같은 소비자 불만이 최 씨, 김 씨만의 일이 아닌 보험업계의 전반의 일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이 개정안이 통과된 후 카드사와 보험사가 카드 결제 방식과 조건을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 오히려 카드 수수료를 두고 양측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
보험사가 카드사에 지급해야하는 평균 3%의 수수료 부담을 피하고자 일부 보험사들은 카드결제를 전면금지했다. 나머지 보험사들 역시 계열사나 제휴사 카드로만 카드결제를 가능하도록 제약을 두거나 자동이체를 유도하고 있는 상태.
이같은 지적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높은 카드 수수료를 문제로 지적했다. 골프나 백화점의 카드 수수료가 1.74%, 2.39%인데 비해 보험사의 수수료는 3.0%를 넘는 경우도 있어 불합리할 뿐 아니라 이 금액적 부담이 보험료에 반영돼 장기적으로는 보험료 상승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보험사들의 결제방식을 보면 신용카드결제 비율은 낮은 경우 1~2%이고 높다고 해도 별만 차이가 없는 실정인데 카드결제 수수료 때문에 보험료가 오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보험사와 카드사가 서로 다른 주장으로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와 카드업계의 갈등에 대해 중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방침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사와 카드사 관계자들을 모아 몇 차례에 걸쳐 입장을 확인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좀 더 논의해야할 문제”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