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무관심속 '무료 앱 속 함정결제' 활개

유료앱 환불 권리만 보장...이통사 개선 의지 보이지만 공정위는 뒷짐

2011-10-04     김솔미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앱스토어 사업자들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앱 내 유료아이템 결제' 문제는 그냥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추진된 내용에는 30일 이내 청약철회권을 보장하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판매자의 신원 정보를 제공하도록 조치하는 등의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된 앱 내 유료아이템의 허술한 결제 방식에 대해서는 유독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T스토어, 올레마켓, 오즈스토어 등 국내 주요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이동통신사 측의 자발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공정위 추진 내용은?

▲ SKT, LGU+의 자진시정 내용 일부


공정위는 지난 달 27일 앱스토어를 통해 구입한 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도록 관련 사업자들의 환불 규정을 시정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앱이 기능상 중대한 오류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도 구매 완료 후 24시간이 지나면 환불을 받지 못했던 소비자들은 구입일로부터 3개월, 오류 사실을 안 날부터30일 이내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는 국내 4개의 앱스토어 사업자 SK텔레콤(티스토어), KT(올레마켓), LGU+(오즈스토어), 삼성전자(삼성앱스)에 대해 소비자에게 앱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하여 쉽게 환불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앱스토어 사업자가 유료 앱을 판매할 경우 무료 체험판 등 한시적 또는 일부 이용 등의 방법을 제공하도록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규모 앱 개발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앱시장에서 대규모 앱스토어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질서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 공정위, “함정결제, 법 위반 아니야”

하지만 공정위는 최근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된 앱 내 유료아이템의 허술한 결제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앱 내 결제(in-App Purchase)’는 무료 앱이라고 하더라도 실행 과정에서 각종 아이템 등을 유료로 구매하는 방식. 직접적인 유료 판매에 비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쉽다는 이점이 있어 상당수의 앱 개발사들이 택하고 있는 수익모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판매 방식을 잘 알지 못한 채 무료 앱인 줄만 알고 사용하던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치 않는 결제가 이뤄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례1=서울시 용산구 효창동에 사는 이 모(남.43세)씨는 최근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자신의 스마트폰 앱을 가지고 놀다가 순식간에 9천900원이 결제된 사실을 알게 됐다.

무료 앱에서 어떻게 요금이 발생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이 씨는 딸과 함께 다시 한 번 게임을 실행시켰고, 자신의 눈앞에서 9천900원이 결제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이 씨는 “꼼꼼히 살펴보니 유료 아이템을 구입하게 되는 절차라는 사실은 알게 됐지만 확인 버튼 두 번 누르는 것만으로 결제가 완료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100~200원도 아닌 1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결제하는 절차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례2=전북 익산에 사는 신 모(남.23세)씨는 최근 앱스토어를 통해 고스톱 관련 무료 게임을 다운로드 받았다.

앱을 실행시킨 뒤 이곳저곳 살펴보던 신 씨는 ‘충전’ 버튼을 눌렀다가 게임을 할 때 필요한 캐쉬를 결제하는 절차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허둥지둥 화면을 닫았지만 이미 3만원 결제가 완료된 상황.

개발사 측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신 씨는 “궁금해서 눌러봤을 뿐, 결제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인증절차도 없이 이처럼 간단한 단계를 거쳐 3만원이나 되는 금액이 빠져나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한 목소리로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할 시에는 본인확인 인증절차를 두어야 자칫 조작 실수로 결제가 진행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전자거래팀 관계자는 “구입 전 유료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소비자 부주의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며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번 개선안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T스토어 등 결제 방식 개선 예정..공정위는 ‘뒷짐’?

반면, 국내 주요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이동통신사들은 현재 앱 내 유료콘텐츠의 결제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거나, SK텔레콤(티스토어)의 경우 이미 개선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이통사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감시·감독해야 할 공정위는 오리려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인 것.

티스토어를 운영하는 SK텔레콤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10월 중순께 앱 내의 유료콘텐츠 결제 시 비밀번호 입력절차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T(올레마켓)와 LGU+(오즈스토어)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소비자와 개발사, 앱스토어 사업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1천450만 명으로, 앱 이용자 중 유료 앱 이용비율은 17.0%, 월 유료 앱 시장 규모는 108억 원으로 추정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