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형 유통사 납품업체 비용 심층조사
정부와 백화점 업계가 판매수수료 인하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유통사에 납품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비용부담에 대해 대대적으로 심층조사를 벌인다.
3일 공정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동반성장, 공생발전을 위해 판매수수료를 내리기로 합의해놓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아쉽다"면서 "업계가 수수료 인하 합의를 자율적으로 제대로 이행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가 제시한 인하안은 당초 합의 정신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면서 "업계가 수수료 인하를 대충 시늉만 하다가 넘어가려고 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면서 "공정위는 이번에 잘못된 유통관행을 반드시 바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공정위와 11개 대형유통업체는 지난 6일 중소납품업체의 판매수수료를 3~7%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백화점업체들은 지난달 30일 자체적인 판매수수료 인하방안을 마련, 공정위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공정위는 `동반성장정신에 크게 미흡하다'며 재고를 요청하며 되돌려보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업계에서 조만간 공정위가 백화점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판매수수료를 대폭 내리느니 차라리 직권조사를 받는 게 낫다'라는 말도 나도는 데 대해 "직권조사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다만 유통업계가 동반성장과 공생발전 취지에 맞는 자율적인 판매수수료 인하방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당초 예정대로 이달부터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일부 중소업체들을 선정해 수수료를 포함한 제반 비용부담내역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할 방침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은 최고 40%에 이르는 판매수수료 이외에 판촉사원 인건비, 매장 인테리어 비용, 배송료 등 관련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담토록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태별로 의류, 화장품, 잡화 등 대표적인 상품군의 5~10%에 해당하는 중소납품업체를 선정, 수수료를 포함한 비용부담 내역에 대해 내달까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특히 설문조사와 함께 일부 중소납품업체에 대해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심층적인 자료수집과 분석을 해 납품업체들의 판매비용부담 실태를 철저하게 따져볼 방침이다.
공정위는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해외유명브랜드 등 주요명품의 판매수수료 등에 대한 실태도 이달부터 조사, 분석할 계획이다.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는 "백화점 업체들이 해외유명 브랜드에 대해선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하는 등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치하고 있다는 제보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런 방침은 백화점들이 한편에선 중소업체들에 고율의 수수료를 강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명품 유치를 위해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직권조사'라는 직접적인 수단을 사용하기보다 소비자들에게 대형유통업체들의 `횡포'와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여론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들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