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콜에 무조건 'YES'했다간 날벼락
단순 확인절차라 여겨 마구 답하면 '본인 동의'로 덫 돼
구두상의 안내만으로 얼렁뚱땅 진행되는 통신 및 보험서비스 가입 절차에 건성으로 응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화상의 설명에 무심코 '네~네~'라고 대답했다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과 판이하게 다르거나 불리한 약관이 적용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미 '본인 동의'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리기 일쑤다.
취재 결과,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전화상 안내를 단순한 확인절차라고 생각해 무심결에 답하는 터라 명확한 내용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실정. 결국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야 업체 측이 제시한 녹취자료 확인 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중요한 내용의 경우 계약서상에 명시해 두거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일 경우 일부러 얼렁뚱땅 설명해놓고 넘어가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사업자가 약정내용과 상이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확인이 가능하다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가 서명한 계약서나 녹취록 등을 사업자가 제시할 경우에는 구제받기 어려우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케이블TV요금 얼렁뚱땅 설명으로 덤터기 썼어”
5일 인천 남구 용현동에 사는 정 모(여.40세)씨에 따르면 그는 작년 초, 남인천방송을 통해 초고속인터넷과 100여개 채널의 디지털방송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통신결합상품에 가입했다. 그때부터 정 씨가 매월 납부한 금액은 2만2천원.
하지만 최근 요금 청구서를 확인해본 정 씨는 깜짝 놀랐다. 통신요금이 3만1천350원으로 기재돼 있었던 것. 심지어 바뀐 요금은 가입한지 1년 후인 올 해 3월부터 꾸준히 적용되고 있었다.
기가 막힌 정 씨가 업체 측에 문의했지만 “가입 당시, 1년 후부터는 변경된 요금으로 청구될 것이라는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고.
정 씨는 “통화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계약서 어디에도 1년 후 요금이 변경될 것이라는 문구는 없었다”며 “만약 요금이 1만원이나 더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계약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남인천방송 관계자는 “사실 계약서에는 인터넷사용료 1만4천300원, 디지털방송 1만9천800원을 합해 3만원이 넘는 금액이 청구되도록 기재돼 있다”며 “하지만 정 씨가 계약할 당시에는 프로모션 상품가가 적용돼 1년간만 혜택을 제공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 3월부터는 정상가격으로 청구하고 있는 것 뿐”이라며 “소비자가 상담원과 통화하면서 안내 받은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가입 당시 녹취자료를 제시했다.
녹음된 내용을 들어본 정 씨는 “상담원의 알 수 없는 설명에 무심코 대답을 한 것 같다”며 “건성으로 대답한 내 잘못도 있지만, 계약서상에도 자세하게 설명이 돼 있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 “해피콜에 건성 대답했다 엉뚱한 돈 날려”
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에 사는 강 모(남.28세)씨에 따르면 그는 작년 5월 경 설치비 없이 전화기를 공짜로 제공받는 조건으로 LGU+에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계약했다.
본사에서 해피콜 전화가 올 경우 그냥 “네”라고 대답만 하면 된다는 판매직원의 안내에 정확한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답하고 끊은 것이 차후 화근이 됐다는 게 강 씨의 주장.
근무 차 해외를 방문하고 6개월 만에 돌아온 강 씨는 더 이상 일반전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 계약해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약정기간 2년 내 해지’라며 위약금과 전화기 대금을 청구했던 것.
강 씨는 “가입 시 분명 단말기를 공짜로 주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게다가 알고 보니 단말기 대금 역시 꼬박꼬박 계좌로 나가고 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당시 강 씨와의 녹취 내용을 보면 분명 단말기 대금 청구 등을 고지해 동의를 받은 후 계약이 된 것”이라며 “청구서를 받지 못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로 인해 이메일 주소가 잘못 전달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요금에 대해서는 합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 보험사 확인전화에 함부로 대답했다간 낭패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사는 이 모(여.51세)씨는 지난 2008년 7월 ING생명보험 설계사로부터 연금보험에 가입했다.
이 씨는 당시 설계사가 “이 상품은 은행적금과 동일하고 매월 50만원을 납입하다가 힘들면 중도에 해지해도 원금이 상환되며 대출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해 이를 믿고 가입했다.
특히, 청약서와 보험증권 및 약관 등 보험관련 서류를 자신이 직접 가져다주겠다는 설계사의 말을 믿고 보험사에서 걸려온 ‘해피콜’도중 보험에 대한 설명과 관련서류를 잘 받았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는 것. 하지만 이 씨는 설계사로부터 어떠한 서류도 받지 못했다.
그는 9개월간 보험금을 납입하다가 고혈압 등 건강악화로 병원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돈을 납입하지 못해 결국 실효가 됐다. 이후 보험을 부활시키기 위해 설계사와 의논하던 중 중도해약 시 원금상환이 안 된다는 황당한 얘기를 듣게 됐다.
보험사 측에 이 내용을 확인요청했을 때 이미 담당설계사가 그만둔 상태였고 보험사 역시 ‘해피콜’ 녹음 내용을 근거로 불완전 판매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씨는 “설계사의 설명과 약속을 믿고 보험사 확인전화에 모두 ‘예’로 답한 것은 내 실수지만 보험계약에 따른 모든 책임을 계약자에게만 묻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며 “설계사가 청약서에 대리 서명한 사실을 인정했고 청약서에 있는 서명필체와 내 서명을 대조해보면 얼마든지 위조여부를 알 수 있을 텐데 보험사 측은 확인조차 안했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ING생명 관계자는 “이 씨의 민원사항을 확인한 결과 설계사의 공식영업행위로 불완전 판매로 볼 수 없다”며 “이는 금감원에서도 확인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