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예대마진 횡포 안막나 못막나

2011-10-05     임민희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W은행으로부터 '대출이자를 3만원가량 더 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자녀 학자금 마련과 전세보증금을 올려주기 위해 W은행에서 4천2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 받아 연4%의 대출이자(13만원)를 내왔으나 최근 이자가 1%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앞으로는 연5% 후반(16만2천원)의 대출이자를 물게 됐다.

여기에 연6~7%대의 마이너스대출이자(6천만원 한도)까지 내야 하는 A씨는 은행의 높은 대출 금리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렇듯 시중은행들이 서민들의 고충은 외면한 채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이 경영지도 등 대책마련에 착수할 전망이다.

특히, 은행의 불안정한 예대금리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익과 손실의 변동폭을 줄이고 금리조정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나 공공성 부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은행의 불공정 관행이 근절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그간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를 틈타 예금금리는 제자리 수준이거나 내린 반면, 대출금리는 지속적으로 올려 3% 가량의 높은 예대마진을 남겨 왔다. 최근에는 일부 은행이 '가계대출 억제' 명분을 내세워 대출금리 인상에 나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예대마진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해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 거둔 총 순이익은 1분기 4조5천억원, 2기 5조5천억원으로 무려 10조원에 달하고 있다.

은행권은 올 하반기에도 높은 순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최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 · 우리 · 신한 · 하나 · 기업 · 외환 · 부산 · 대구 등 8개 은행과 금융지주의 3분기 순익에 대한 증권사의 평균추정치는 3조2천억원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높은 순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예대마진 확대와 막대한 수수료 수익 때문이라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은행은 투자수익은 거의 없고 단지 서민소비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수료와 이자 수입만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3~4배를 내는 약탈적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예대마진(8월 기준 2.91%)이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보다 낮다고 얘기하는데 이 수치를 그대로 믿어야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가계대출 억제로 서민들은 대출 받기가 더욱 어려워졌음에도 은행들은 최근 대출 연기자들에게 1%포인트 이상씩 대출이자를 올리는 등 맘껏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은 금융당국의 용인 때문"이라며 "은행권의 전체적인 이자마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고유경영 권한'이라고 오히려 은행을 두둔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탐욕스럽고 예대금리 차익을 과도하게 올리고 있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며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확대와 관련해 신규대출을 제외하면 실상 과거에 취급했던 대출의 경우 통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은행들은 3년짜리 또는 3개월 변동금리와 1년짜리 고정금리 대출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데 금리가 오를 때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지만 금리가 떨어지면 예대금리차는 줄어들게 된다.

특히,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은 3개월마다 변경된 금리를 적용받는데 반해 예금은 정해진 기간(계약)이 끝난 후에 새로운 금리를 적용받기 때문에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의 예대마진 수익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최근 유로존 위기 여파로 주가와 환율이 불안하기 때문에 향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은행들의 '손실 흡수능력'을 확충하는데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며 "은행의 불안정한 예대금리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익과 손실의 변동폭을 줄이려는 노력과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경영지도를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금리자유화에 따라 감독당국이 직접 금리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은행의 자본 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에 사용하도록 하고 혹시 금리조정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나 공공성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