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담당형사 심경 "일어나선 안될 일..그들의 수화에 미안했다"
2011-10-05 온라인 뉴스팀
광주 남부경찰서 형사과 과학수사팀 김광진 형사는 지난 4일 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는 도가니 담당 형사였다"며 "6년전 광주 인화학교에 다니년 여학생들에게 피해 내용을 확인하면서 세상에서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 형사는 6년 전 인화학교 교직원 6명과 청각·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 9명을 직접 조사한 담당형사다.
그는 "피해 내용을 확인하면서 그 사건은 세상의 모든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비록 수화통역사를 통하긴 했지만 학생들의 표정에서 그들이 당한 고통이 텔레파시처럼 전달됐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일그러지고 처절한 그들의 수화에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설 '도가니'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교육청과 시청의 미루기 행태는 취재했지만 경찰은 내가 만든 인물로 피해가 있다면 죄송하다"면서도 "신고를 받고도 왜 4개월이나 수사를 시작하지 않았는지 밝히지 않는다면 경찰도 더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형사는 "당시 첩보를 처음 접수한 형사가 4개월간 비밀리에 1차 조사를 벌였고 나는 2차 조사 때부터 참여했다"며 "학교 측에 숨겨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형사의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사건담당 형사가 용기를 낸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당시 경찰과 사법기관이 그들의 분노와 외침을 외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영화 '도가니' 개봉 후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광주시 등 관계기관은 성범죄 혐의가 있는 교사와 직원 등을 복직시킨 우석재단에 대해 설립허가 취소를 검토 중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