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에 가격이 안적힌 이유는 과자가 아니라서?

2011-10-06     지승민 기자

스틱 과자에 초콜릿을 입힌 롯데제과 빼빼로는 왜 소비자가격이 표기되지 않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자는 오픈프라이스 제외품목이지만 초콜릿류는 여전히 소비자가격을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오픈프라이스 적용 품목인데 롯데제과측이 빼빼로를 과자가 아닌 초콜릿류로 분류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2011년 11월11일)를 한 달여 앞두고 빼빼로의 '혈통'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6일 롯데제과에 따르면 회사 측은 빼빼로가 과자가 아닌 초콜릿류라고 판단하고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에앞서 제품 가격을 유통업체가 표시하게 하는 오픈프라이스 제도 적용 대상에서 라면과 과자, 빙과, 아이스크림 등 4개 품목을 제외함에 따라 식품업체들은 차례로 이들 품목의 소비자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가격경쟁을 통해 물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유통업체들이 가격이 표기되지 않은 점을 악용, 일부 제품 가격의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웃돌아 뛰는 등 부작용만 생겼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오픈프라이스 시행 전 빨간 빼빼로의 권장소비자가격은 700원이었다.

  
롯데제과는 "빼빼로는 회사의 7개 초콜릿 제품군 중 '초콜릿 가공품'으로 분류된 엄연한 초콜릿 제품이며, 초콜릿은 과자와 다르기에 가격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롯데제과의 과자 관련 사이트에서 빼빼로는 초콜릿으로 분류되면서 동시에 과자류의 비스킷으로 소개돼 있기도 해 롯데제과의 해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아무튼 롯데제과가 업계 1위라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도 초콜릿이 포함된 제품의 가격을 표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로선 최근 카카오 가격 급등으로 대부분 4월 공급가를 인상해 초콜릿이 포함된 과자의 가격을 다시 붙이면 오픈프라이스 시행 전인 작년 6월보다 가격을 올려 표기해야 해 부담을 느껴왔었다.

  
정부가 업계에 새로운 가격은 오픈프라이스 시행 전 가격 기준으로 해 달라고 요청하며 사실상 가격 인하를 주문했기 때문에 업계로선 공급가를 올린 제품의 가격 표시에 더욱 주저할 수밖에 없다.

  
농심도 새우깡 등 과자 가격을 공급가 인상분을 반영해 800원에서 900원으로 올리려다 여론이 악화되자 물러서 재검토만 거듭 하고 있다.

  
특히 빼빼로 데이는 숫자 '11'이 세 번 겹치고 수능일(11월10일)과 이어지는 소위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2011년 11월11일)여서 특수를 맞은 업계로선 초콜릿 스틱 과자류 가격표가 없는 것이 여러모로 이벤트를 펼치기가 편하다.


이날 만큼은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구입하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일단 초콜릿은 과자와 다른 별도 품목이라고 확인했으나 빼빼로가 과자인지 초콜릿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상관 없이 가격 표시는 어디까지나 업계 자율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업계에 가격을 붙이지 못하도록 강제한 것"이라면서 "여기에서 제외됐을 때 가격을 반드시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업계가 형편에 따라 가격을 붙일지 말지 결정하는 것"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