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주식·펀드 비중 확대 두고 안정성 우려

2011-10-09     김문수 기자
증권업계와 보험업계 일각에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 운용을 늘릴 경우 노후 자금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식형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지난 8월 한 달 새 10% 이상 하락해 노후자금의 손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은 최근 '퇴직연금 적립금의 투자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2007~2010년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성과가 임금인상률이나 시장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해 기존 퇴직금제도를 유지하는 근로자보다 적은 퇴직급여를 받을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DC 가입자가 임금상승률에 상응하는 투자 수익을 달성하려면 실적배당형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분석 기간 DC의 수익률이 4.0%로 통계청 추정 임금인상률 4.3%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실적배당형 비중이 늘어나면 노후 유일한 소득원인 퇴직연금의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적배당상품 운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DC는 2007년 이후 작년까지 1.35~6.65%의 수익률을 기록해 4.4~5.5%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인 확정급여형(DB)에 비해 수익률변동이 크고, 금융시장 여건 악화 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주식형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은 최근 마이너스를 기록해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주식형 퇴직연금 펀드수익률은 평균 -10.78%를 기록했다. 8월 혼합주식형 퇴직연금 펀드는 -­6.43%, 혼합채권형 퇴직연금 펀드는 -­2.77%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해 주식 편입 비중이 작을수록 손실률이 낮았다.

주식형 펀드는 주식 투자한도가 60% 이상이며 혼합주식형은 40∼60%, 혼합채권형은 40% 미만이다. 반면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에 주로 운용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8월부터 10월 초까지 은행별로 최저 연 4.03%에서 최고 연 4.85%로 연간 기준 4%대를 유지해 대조를 보였다. 1개월 기준으로는 약 0.3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식형 퇴직연금 펀드의 손실 발생은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는 7월말 2,133.21에서 8월말 1,880.11로 급락했고 10월에는 1,750선으로 떨어졌다.

은행권의 관계자는 "미국의 DC형 퇴직연금 제도인 401k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약 2조달러(한화 약 2천300조원) 규모의 자산이 감소해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노후 생활의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식과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의 운용 비중 확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