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한승수 회장 경영방식 시련?..지표 줄줄이 하락

2011-10-11     안재성 기자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에 비해 연구개발 투자 및 기부금 비율을 매우 낮게 유지하는 등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허리띠 졸라매기’로 높은 이익을 챙겨 온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의 경영 방식이 최근 벽에 부딪친 분위기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높은 수익을 올려 주주들에게 고액을 배당했다. 그러나 올해는 주요 재무지표가 악화되고, 이익률이 떨어지는 양태가 확연하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외부 환경 악화 등이 겹치면서 기업 가치 또한 완연하게 하락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4천313억원, 영업이익 411억원, 당기순이익 254억원 및 영업이익률 8.2%를 기록했다.


그러나 연구개발비는 겨우 144억원으로 연구개발 투자율은 3.3%에 그쳤다. 이는 매출액 상위 20대 제약사 중 광동제약(1.4%) 다음으로 낮은 수치이다. 기부금 비율도 0.19%에 불과했다.


이렇게 남긴 이익은 주주 배당이나 임원 보수로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주주들에게 총 13억800만원을 배당했다. 그 중 한승수 회장이 약 4억원을, 한 회장의 아들인 한상철 상무가 약 6천만원을 배당받았다.


또 제일약품은 한 회장과 한 상무 등 등기임원 7명에게 총 11억7천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회사에 가장 중요한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리베이트나 배당에 더 신경 쓰는 제약사들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약가 인하 방침이 힘을 얻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제일약품의 재무지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우선 재고자산이 전년말의 57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27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재고자산회전율도 7.52에서 7.04(반기 매출액에 2를 곱해 계산)로 떨어졌다.


또 같은 기간 매입채무는 870억원에서 972억원으로, 총 부채는 1천369억원에서 1천466억원으로 늘어났다.


결정적인 부분은 사업비 관리 실패로 인한 매출원가와 판관비 증가 및 그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다.


올해 상반기 제일약품 매출액은 2천208억원으로 전년동기(2천111억원) 대비 4.5%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매출원가는 1천439억원에서 1천594억원으로, 판관비는 405억원에서 471억원으로 각각 10.7% 및 16.3%씩 더 크게 늘어났다.


그 때문에 영업이익은 257억원에서 180억원으로 29.9% 감소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백암공장 감가상각비 지출 및 인건비 상승 탓에 매출원가가 상승했다. 판관비 증대의 주 요인은 연구개발비 및 TV광고비 증가”라고 말했다.


그밖에 재고품 관리비, 보험료 등의 증가도 일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내외부 악재가 겹치면서 제일약품의 기업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8월 1일 1만3천900원이던 제일약품 주가는 10일 1만1천850원까지 내려갔다. 특히 10일에는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으나, 제일약품은 그 바람을 타지 못하고 전일(1만1천900원) 대비 50원 떨어진 수치로 장마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