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발 메가뱅크 재추진에 '일부 지지여론' 대두
2011-10-11 임민희 기자
정치권 등에선 강 회장의 '메가뱅크' 재추진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으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수신기반 부족으로 다른 시중은행들과 대등한 경쟁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다면 마냥 이를 탓할 수만은 없다는 동조론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지난 2009년 산은지주 출범 당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한 게 화근이 되어 산은의 존립기반 상실과 3년 가까이 민영화가 표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때문에 민영화에 앞서 '산은의 역할 찾아주기'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 '메가뱅크론'이 급부상한 것은 현 정권 실세이자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인 강만수 씨가 올해 3월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서다.
강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주창했던 '메가뱅크'의 꿈을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인수를 통해 이루려 했으나 메가뱅크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타금융지주사 소유시 최소지분요건 50% 이상으로 완화) 불발로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강 회장은 국회 국정감사 등 공식석상에서 "국제무대에서 해외금융기관을 M&A하려면 규모가 돼야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 M&A에 나설 계획이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메가뱅크' 재추진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실제로 산은지주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11개 지점(한국법인)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HSBC 측에 한국 영업점 인수 의사를 전달했으며 인수 전담팀을 꾸려 인수 추진 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산은은 이와 함께 우리금융 재매각이 추진되면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산은이 해외 및 국내 은행과의 M&A에 주력하는 것은 수신기반 확보 때문이다. 특히, 영업점을 직접 설립하는 것보다 다른 은행의 지점을 인수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강 회장은 일단 은행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쟁력이 갖춰지면 투자금융, 국제금융, 프로젝트파이낸스 구축 등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한단계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산은의 영업점수는 60개로 1천여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은행(은행장 민병덕)이나 신한은행(은행장 서진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산은은 국내외 M&A 대상을 찾는 한편 무점포 ‘KDBdirect’ 도입 등 소매금융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29일 부족한 점포망의 한계를 극복하고 조기에 저비용으로 개인고객을 확충하기 위해 국내은행 처음으로 무점포 'KDBdirect'를 도입했다. 21일에는 은행․증권간 교차판매와 상호 고객소개 및 공동영업, 복합상품 판매가 가능한 '거제 복합점포(BIB)'를 개설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수신기반 확대를 위해 HSBC 인수 등 국내외 M&A 대상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HSBC 인수의 경우 아직 검토 단계 일뿐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며 "우리금융 인수 역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산은지주는 지난 2009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정책금융공사와 분리된 후 3년째 민영화가 답보상태에 처해 있다. 카드사업 진출과 해외금융사 및 외환은행 인수 등 수신기반 확대에 나섰으나 정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강점인 투자은행(IB) 업무와 M&A 수수료 등의 비이자수익 증대로 올 상반기에 첫 1조2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기존 국책금융기관의 틀을 벗고 내부적으로 자산건전성 등 체질개선에 주력했던 것도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회장은 '메가뱅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을 기점으로 해외 및 국내 금융기관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금융계는 산은의 메가뱅크 추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이면서도 '산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지점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금융공사마저 따로 떼어내는 등 애당초 민영화 방안이 잘못 세워졌다"며 "산은의 역할이나 존립기반이 유명무실해진 마당에 사후 조치는 없고 옥죄기만 할 경우 산은의 설 땅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