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에 풍~덩, '걷기 여행'의 매력 속으로

사과향 물씬 풍기는 팔공산 올레길, 유유자적 물레길 등

2011-10-11     김솔미 기자

달력을 한 장씩 넘기며 어느덧 겨울이 오겠구나 싶은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스산해지는 요즘. 제법 따갑게 내리쬐는 가을 햇볕 아래에서 온갖 감상에 젖어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불룩 튀어나온 뱃살 발견! 오곡백과가 풍성하게 무르익고,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더니 그간 방심했던 모양이다. 단풍 놀이도할 겸, 왕성한 식욕도 잠재울 겸 걷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에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둘레길, 물레길 등 길의 종류도 갖가지다. 여름이면 덥다고, 겨울이면 춥다고 외출을 한사코 꺼렸던 이들도 요즘 같은 날씨라면 ‘걷기’를 마다할 순 없을 터. 팔공산 올레길, 메타세쿼이아 단풍길, 유유자적 물레길 등 전국에 소문난 가을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이 가을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면 옛길과 오솔길, 농로, 마을길 등 ‘걷기 종합 세트’가 있는 대구 팔공산 올레길을 걸어보자. 팔공산 올레길은 총 8개 코스로 왕복 5km(1시간 30분 내외)에서 11km(3시간 30분 내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2코스, 사과밭을 볼 수 있는 4코스, 팔공산의 대표적 사찰 동화사를 지나는 7코스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져 있는 2코스 ‘한실골 가는 길’이 좋다. 신숭겸 장군이 태조 왕건으로 가장해 견훤과 싸운 공산전투의 현장이다. 가을날 팔공산 올레길은 유난히 붉다. 발그레 익어가는 사과 때문. 특히 4코스 ‘평광동 왕건길’을 걸으면 제철 맞은 달콤한 사과향 가득한 가을을 만날 수 있다.



대전시 남부의 장태산자연휴양림은 수종이 다양하면서도 특히 메타세쿼이아 숲이 울창하게 형성돼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리저리 뒤틀림 없이 그저 하늘로만 곧게 뻗어올라간 수형,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의 독특한 분위기는 다른 휴양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휴양림을 찾은 여행객들은 만남의 숲이나 연못에서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숲체험 스카이웨이’라는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붙은 안내판을 통해 숲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다고. 산행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은 조망의 즐거움에 젖어 시간의 흐름도 잊는다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겠다.



이젠 걷는 것도 지쳤다면? 낭만의 도시 춘천에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의암호 일대를 카누로 여행하는 ‘물길’이다. ‘물레길’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이 붙어있는 이 곳에서는 고요하게 깊어가는 가을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송암 스포츠타운에서 시작해 붕어섬을 지나 중도로 이어지는 물레길 코스는 느리고 여유로운 카누의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추천 코스.

물안개가 피는 가을철, 카누만큼 매력적인 스포츠가 있을까. 우윳빛 안개를 헤치며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은 마치 구름 속을 떠다니는듯한 느낌이다. 안개 속에 아련히 떠 있는 섬과, 고요를 헤치며 날아가는 물새의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아, 혹시라도 카누가 배우기 어렵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30분이면 누구나 물살을 가르며 멋지게 나아갈 수 있다고 하니 자~자, 끌리면 오라! (자료참고-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