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사고 난 닌텐도 충전기, 소비자가 분해해보니...

2011-10-20     박윤아 기자

게임기 충전기 어댑터의 파손으로 인해 5세 아이의 손가락이 감전돼 피부이식을 해야 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기기설계 관련 전문가인 아이의 아버지는 문제가 된 제품의 '3가지 취약점'을 조목조목 짚어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 및 대책 마련이 요구하고 있다.

제조사 측은 소비자가 제시한 자료 검토 및 경위 파악을 약속했다.

20일 광주 서구 상무동 거주 김 모(남.40세)씨는 “멀티탭에서 닌텐도 충전기 어댑터를 빼던 아들이 감전 사고를 당했다”며 “다시는 유사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을 분석해봤다”고 밝혔다.

 

기기 사용 2년만인 지난 9월 2일, 김 씨의 아들(5세)은 멀티탭에서 닌텐도DS라이트 어댑터를 빼던 중 파손되면서 노출된 기판에 손가락이 닿아 감전 사고를 당했다.

▲ 김 씨의 아들은 손가락에 심도3도 화상을 입고 입원치료를 받았다.

곧바로 응급실에 실려간 김 씨의 아들은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심도3도 전기화상 진단을 받았다. '심도3도 화상'은 괴사성 화상으로 표피,진피 전층 및 피하지방층까지 침범해 통증은 느껴지지 않으나 자연치유가 불가능해 피부이식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

 

“아이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자칫 즉사했을지도 모를만큼 위험한 사고였다"는 담당의사의 설명에 김 씨 부부는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자신을 기기설계 종사자라고 소개한 김 씨는 “어댑터에 대한 설계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닌텐도 충전기 어댑터 때문에 감전됐다’고 확인된 유사사례만 구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도 3건 발견됐다는 것.

 


▲ 포털 사이트 등에서 발견되는 어댑터 감전 사례들.

 

그러나 한국닌텐도 서비스센터 측은 '첫 감전 사례'라며 제품 하자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김 씨는 닌텐도 제품 하자를 증명하기 위해 타사 제품 충전기(필립스 면도기, 삼성 갤럭시A)와 비교 분석한 내용을 제시했다.

크게 3 가지 취약점이 발견됐다고 짚었다. 충전기 어댑터 파손 시 내부기판노출, 물리적 힘이 가해졌을 때의 분리 가능성, 플라스틱 어댑터 케이스의 박리현상이 그것.

 

▲ 빨간 점선부는 충전기 어댑터를 손으로 쥐는 부분. 비교 모델은 접합부가 따로 없는 일체형이라 분리가능성이 없는 모습이다. (김 씨가 제시한 자료 일부 발췌)

 

김 씨는 “닌텐도 충전기는 파손되면 기판이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인데 반해 타사 2개 모델은 케이스가 기판을 감싸는 구조라 감전 위험이 덜하다”고 주장했다.

 

또 충전기를 콘센트에 꼽고 빼는 등 물리적 힘이 가해질 때, 비교된 두 개 충전기 모델은 손으로 쥐는 부분이 일체형이라 분리 가능성이 없지만 닌텐도 충전기는 반복적인 힘이 가해지면 충전기 케이스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분리방지장치로 해체방지용 드라이버 2개와 분리를 방지하는 훅(Hook)이 4개 설치된 상태지만 충전기 케이스를 살핀 결과 내부 껍질이 얇게 벗겨지는 박리 현상을 발견했다”며 “박리현상은 플라스틱 원료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기기를 성형틀에서 제작할 때 잘못 제작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

 

이에 대해 한국닌텐도 괁계자는 “일반 드라이버로는 분해가 어려운 특수 나사를 이용해 제작된 어댑터고 정부의 승인을 얻은 안전한 제품”이라며 “AS센터에 어댑터 관련 수리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외관이 깨지거나 금이 간 상태로 접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김 씨에게 답했다.

 

이어 “어댑터 제품 자체가 폭발하거나 발화, 특수 조립 나사가 풀어져 제품이 갈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면 제품 하자로 볼 수 있지만 제품 파손에도 나사가 견고하게 조립된 상태라 제품 하자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5세 아이의 힘에도 파손될 수 있는 약한 제품이 어떻게 정상이라는 것이냐”며 반박했다.

 

한편, 한국닌텐도 측은 김 씨가 분석한 자료를 입수해 내용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닌텐도 관계자는 “문제제기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와 경위를 확인중”이라며 “설계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답변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