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율'에 홀려 통신결합상품 덜컥 가입했다간..

가입 유치 위해 내건 과도한 경품, 요금할인이 되레 발목잡아

2011-10-17     김솔미 기자

방송·통신 서비스 요금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할인율 높은 결합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가입 시 약정기간, 계약내용 등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되레 요금 덤터기를 쓸 수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결합상품(초고속인터넷, 전화, IPTV 등) 가입 가구는 총 935만 가구로 전년도(714만 가구)에 비해 23.6%가량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전화 권유로 얼렁뚱땅 가입시킨 뒤 느닷없이 요금을 올리거나  과도한 경품으로 해지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다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결합상품의 경우 구입경로에 따라 요금감면 액수와 경품지급 방식, 위약금 규모가 모두  다를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한편, 방통위에 따르면 2009년 10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초고속인터넷 주요 3사(KT, SKB, LG U+)의 초고속인터넷 혹은 통신결합상품 판매 시 경품 지급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현황을 조사한 결과, KT는 신규가입 85만4천662건 중 34만2천365건(40.1%)이 위반건으로 가장 많았다.SK브로드밴드는  58만4천084건 중35만7천626건(61.2%)을, LG U+는 47만7천680건 중 25만3천734건(53.1%)을 위반했다.





◆ 통신 결합상품 할인율 높을수록 위약금 눈덩이

17일 종로구 무악동에 사는 김 모(여.26세)씨에 따르면 그는 2009년 초 종합유선방송 업체인 티브로드에서 TV, 인터넷, 인터넷전화 통합 서비스에 가입했다.

월 2만 8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3가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 가입했지만 약정기간인 3년간 의무적으로 쓰지 않으면 높은 위약금이 청구된다는 내용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2010년 4월 인터넷을 사용하던 김 씨는, 속도가 느려 답답함을 느꼈고 그로인해 인터넷 전화까지 먹통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자 해약을 요구했다. 그러자 위약금으로 19만원이 청구됐다.

적지 않은 금액에 깜짝 놀란 김 씨는 다시 참고 사용했지만 최근 들어 비가 오면 인터넷이 수시로 끊기는 등 불편함이 여전해 다시 해지를 문의했다가 약 50만원의 위약금 안내를 받았다.

놀란 김 씨는 “1년을 더 사용했는데 왜 위약금은 2배가 넘게 나오냐”며 “약정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참고 쓰기는 하겠지만 왜 위약금이 더 많이 청구되는지 의아스럽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티브로드 관계자는 “확인 결과 다른 상품과는 달리 당시 프로모션으로 나와 3년 약정으로 구성된 상품이었다”며 “3가지를 결합해서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해약 시 높은 위약금이 발생된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 시 충분히 고객에게 고지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만약 고객께서 해지를 원한다면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청구된 위약금에서 50%를 감면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 “케이블TV요금 얼렁뚱땅 설명으로 덤터기 썼어”

인천 남구 용현동에 사는 정 모(여.40세)씨에 따르면 그는 작년 초, 남인천방송을 통해 초고속인터넷과 100여개 채널의 디지털방송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통신결합상품에 가입했다. 그때부터 정 씨가 매월 납부한 금액은 2만2천원.

하지만 최근 요금 청구서를 확인해본 정 씨는 깜짝 놀랐다. 통신요금이 3만1천350원으로 기재돼 있었던 것. 심지어 바뀐 요금은 가입한지 1년 후인 올 해 3월부터 꾸준히 적용되고 있었다.

기가 막힌 정 씨가 업체 측에 문의했지만 “가입 당시, 1년 후부터는 변경된 요금으로 청구될 것이라는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고.

정 씨는 “통화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계약서 어디에도 1년 후 요금이 변경될 것이라는 문구는 없었다”며 “만약 요금이 1만원이나 더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계약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남인천방송 관계자는 “사실 계약서에는 인터넷사용료 1만4천300원, 디지털방송 1만9천800원을 합해 3만원이 넘는 금액이 청구되도록 기재돼 있다”며 “하지만 정 씨가 계약할 당시에는 프로모션 상품가가 적용돼 1년간만 혜택을 제공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 3월부터는 정상가격으로 청구하고 있는 것 뿐”이라며 “소비자가 상담원과 통화하면서 안내 받은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가입 당시 녹취자료를 제시했다.

녹음된 내용을 들어본 정 씨는 “상담원의 알 수 없는 설명에 무심코 대답을 한 것 같다”며 “건성으로 대답한 내 잘못도 있지만, 계약서상에도 자세하게 설명이 돼 있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 초고속인터넷, 가입 경로에 따라 요금 제각각

경기도 군포시 오금동에 사는 권 모(여.38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5월 SK브로드밴드 영업점으로부터 가입 시 경품으로 현금 3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혹해 초고속인터넷과 IPTV 2종 결합상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3년 약정으로 가입한 권 씨가 매월 납부해야할 금액은 약 3만원 수준.

하지만 한 달 뒤, 권 씨는 본사 고객센터를 통해 가입할 경우 매월 8천원 정도의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단, 경품이나 요금 감면 혜택은 받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동일 상품이라도 월 이용요금이 다르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 권 씨는 “이용요금은 어디에서 가입해도 동일하지만 영업점에 따라 경품 혜택이 달라지는 줄 알고 서둘러 가입했던 것”이라며 “경품을 지급하는 대신 요금이 비쌀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또 “속은 기분이 들지만 3년 약정으로 묶여 있으니 이제 와서 해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각 영업점에서 현금 지급을 미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및 동법 시행령 제42조에 따르면 ‘요금, 번호, 전기통신설비 또는 그 밖의 경제적 이익 등을 다른 이용자에 비해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거나 제안’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경품이나 요금감면 제공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한다면 일부 이용자의 편익과 기업의 자율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가입자 1인당 평균 예상 이익을 초과한 경품 등을 제공하는 경우만을 위법성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고속인터넷 단품의 경우 16만원, 초고속인터넷을 포함한 2종 결합상품의 경우 19만원, 3종 결합상품의 경우 22만원 초과 시 위법으로 간주된다. 즉, 2종 결합상품에 가입한 권 씨에게 30만원의 경품을 지급된 것은 엄연한 이용자 차별 행위에 해당된다.

이와 관련 SKB 관계자는 “가입 시 혜택에 따라 요금 할인 수준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혜택을 제공하는 업체를 따져보고 선택해야한다”며 “하지만 권 씨의 경우 요금이 비싸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경품을 지급받았으므로 사실상 금전인 손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초과한 경품을 지급하는 영업은 할 수 없도록 본사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