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고장으로 생업이 휘~청"

식당·DVD방 등 매출 뚝뚝 떨어져도 피해 입증 어려워 보상 포기

2011-10-21     박윤아 기자

영업용으로 사용 중인 가전제품의 고장으로 인해 생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한 영세업주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한여름 에어컨 고장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는가하면 김치냉장고의 이상으로 김치가 변질돼 주메뉴의 판매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등, 기기의 이상이 매출 하락 등의 영업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처럼 사업자가 가전제품의 고장으로 인한 추가적인 손해를 입었다하더라도 피해구제를 받기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경우, 문제가 된 기기에 대한 고장 수리, 교환 및 환급 등에 중심을 두고 있을 뿐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 보상 청구에 필요한 기기 이상과 매출액 감소에 대한 명확한 입증 역시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사업자의 민원 신고는 사업자대 사업자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접수는 가능하지만 원하는 해결까지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이처럼 사업자간의 거래에 있어 거래방해, 불이익사항과 관해서는 중재처리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가전제품 고장으로 인해 사업상 피해를 입었지만 피해 입증이 까다로워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업소용 김치냉장고 고장에 "장사 접어야 할 판~"

 

21일 경기 양주시 장흥면 거주 김 모(여.49세)씨는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을 운영중이다.

 

김 씨는 가게를 확장하면서 지난 2010년 6월 대산ENG 업소용 김치냉장고(DSB-625K) 3대를 475만원에 구입했다가 가을에 손님에게 대접할 김치를 모두 잃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3대의 김치냉장고에는 각각 갓김치, 총각김치, 숙성용 생선과 파김치를 저장했다. 식품 원가만 700만원이라는 것이 김 씨의 설명.

 

그러나 품질보증기간을 갓 2달 넘기고 냉장고 한 대가 저절로 영하 8°C까지 낮아지면서 저장해둔 김치가 꽝꽝 얼어버렸다. 또 다른 두 대의 냉장고는 반대로 20°C 이상 온도가 상승해 저장해둔 생선과 파김치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변질됐다.

▲김치냉장고 온도가 23°C까지 올라가면서 보관해둔 김치가 모두 삭아버렸다.

 

김 씨는 “숯불바베큐를 김치에 싸먹는 것으로 유명해졌는데 가장 중요한 김치를 내놓지 못하게 됐다”며 “구입해둔 제철 야채를 모두 잃었고, 예약을 받아둔 고객에게도 김치를 대접할 수 없게 돼서 돈으로 따질 수 없을 피해를 입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특히, 구입한 냉장고 3대가 모두 고장났다는 점을 들어 제조상 결함 가능성을 제기하고,식료품 원가 700만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 관계자는 “손해배상을 요구받긴 했지만 근거가 될 만한 영수증도 구체적인 손해배상액 제안도 없이 두루뭉술한 민원을 제기했었다”며 “구체적인 영수증과 사진자료 등을 제시하면 회의를 통해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한여름 에어컨 고장에 매출 뚝~ “푹푹 찌는 가게에 누가 와?”

 

경기도 수원시 곡반정동 거주 강 모(남.42세)씨는 에어컨 AS문제로 고통을 겪은 케이스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강 씨는 3년 된 삼성전자 중고에어컨을 100만원에 구입하고 올해로 8년째 사용 중이다. 이 에어컨은 지난 6월부터 가스누출 등 이상증세를 보이며 고장 나 7월은 한 달 동안 3차례나 AS를 받았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어 에어컨을 켤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덥다 더워~”를 연발했다고. 강 씨에 따르면 더위가 심한 날은 하루 20팀 가까이 발길을 돌린적도 있다고 한다.

 

▲폭염 속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손님들 발길이 뚝 끊어졌다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사진=연합뉴스)
 

 

강 씨는 에어컨 수리 지연으로 한달간 문제가 계속되자 작년 동월에 비해 매출액이 200만원 가까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강 씨는 수리지연에 따른 매출액 손실과 배관기사 출장비에 대해 보상해줄 것을 삼성전자 측에 요구 중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어컨과 매출액이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에 매출액과 관련한 손해배상은 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종합법률사무소 ‘서로’ 문정균 변호사는 “경험지식 상으로는 여름철 에어컨 가동이 매출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손해배상청구에 앞서 에어컨 고장과 매출액 감소간에 인과관계 입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DVD플레이어 고장 “DVD방 영업은 어떻게 하라고?”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거주 최 모(남.53세)씨는 DVD방을 개업한 후 DVD플레이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 2009년 5월부로 DVD방을 개업한 최 씨는 LG전자에서 영사기 2대를 160만원에, 90만원대 DVD플레이어(DV492H) 7대를 구입했다.

 

사용 1년도 채 되지않아 영사기는 화면에 꺼멓게 먼지가 껴 보였다. 뿐만아니라 DVD플레이어 7대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리를 의뢰했지만 공장에서도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안내에 수리를 포기하고 환불을 요청했다.

 

영사기와 DVD플레이어는 DVD방 영업에서 빠질 수 없는 가전제품. 그러나 잦은 이상으로 DVD방 이용객들은 영화를 보던 중간에 뛰쳐나오기 일쑤였다고.

 

최 씨는 “수리 및 환불 절차를 밟느라 영업에도 차질을 빚었다”며 “피해구제방법을 알아보려고 한국소비자원에 관련 민원을 접수했지만 사업자라 중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환불이 진행되면서 계속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최 씨는 현재 민사소송밖에 답이 없음을 깨닫고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한 상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