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월가 시위' 금융계 탐욕 규탄 본격화

2011-10-19     임민희 기자
미국 금융자본의 탐욕과 부도덕성을 규탄하는 반(反) 월가 시위가 차츰 유럽과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은행과 카드사 및 보험 등 금융권의 과도한 수수료 편취와 고배당, 고임금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의 심장부인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판 월가 시위가 벌어지고 보험이자율 담합으로 고객에게 최소 17조원의 손실을 입힌 16개 생명보험사에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금융권과 금융정책에 대한 비판과 금융소비자 권리 찾기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다수의 금융회사들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요 고비 때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 수혜를 누려왔다.

그러나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모면한 금융회사들은 국민들에게 은혜를 갚기 보다는 오히려 갖은 명목의 수수료를 붙여 막대한 이익을 취했고 각 금융사 임원들은 고액연봉과 성과급, 스톡옵션 등을 통한 고배당 잔치를 벌여 눈총을 받아 왔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유로존 위기'로 국내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는 순간에도 3% 가까운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익)을 챙겼고 가계대출 심화로 금융당국이 이를 억제하자 대출이자를 1%포인트 가량 올리는 얌체 행각까지 보였다.

은행권은 이러한 수법으로 올해 사상최대인 20조원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요 시중은행은 올 상반기에 무려 10조원의 순이익을 달성했고 3분기에도 3조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각 은행의 실적이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모든 직원들에게 연말 성과급으로 월급여의 50∼150%를 지급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은행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예대마진 등의 이자수입과 수수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국내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말 연2.85%에서 올해 3월 3%로 벌어진 후 6월말 3.01%, 7월말 3%, 8월말 2.98%로 수개월 동안 3%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은행(행장 민병덕)과 우리은행(행장 이순우), 신한은행(행장 서진원), 하나은행(행장 김정태) 등 은행권 빅4의 최근 4년간 평균 당기순이익의 57%가 수수료 순이익이었다"며 "우리은행이 195개, 국민은행이 132개, 하나은행이 116개, 신한은행이 109개 항목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지난해 수수료 수익만 4천620억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의 '최근 5년(2006~2010년)간의 시중은행 배당성향 및 유보율 현황' 자료에서도 시중은행들은 5년간 총 32조3천8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이 중 10조5천280억원을 현금배당해 32.5%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신한금융지주(회장 한동우)와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 등 4대 금융지주사 배당금도 3조8천억원으로 5년간 순이익(22조원)의 17.5%에 달했다.

은행 임원과 직원들의 고임금과 성과급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민은행의 등기이사(2명) 1인당 평균 급여는 2억6천2백만원, 우리은행(2명) 1억5천800만원, 외환은행(1명) 1억600만원, 하나은행(1명) 9천9백만원이다.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등기이사 급여현황을 보면 하나금융(3명)의 경우 1인당 평균 지급액이 8억2천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4명) 1억9천300만원, 신한금융(2명) 1억5천100만원, 우리금융(1명)은 1억4천9백만원을 나타냈다.

또 올해 4대 금융지주사 직원 월급은 1인당 평균 627만원으로 신한금융 752만원, KB금융 627만원, 하나금융 597만원, 우리금융 53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평균 임금은 5천575만원이었다.

이는 타금융권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876만원), 하나대투증권(807만원), 삼성증권(768만원) 등 10대 증권사 평균 월급은 661만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554만원), 현대차(489만원) 등 국내 주요 수출기업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뿐만 아니라 삼성증권 등 5대 증권사는 5년간 순익(5조6천억원)의 32.4%(1조8천억원)를 배당금으로 줬다.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자본의 부패와 부도덕성, 양극화에 대한 분노가 들끓는 속에서 한국 금융계가 지금처럼 금융소비자를 착취, 기만하는 행태를 계속할 경우 머지않아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경고하고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권의 과도한 이자와 수수료는 소비자를 착취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고 고배당으로 건전성 악화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감독당국으로부터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은행의 경우 예대마진차가 미국, 독일 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합리화하지만 이는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 받았던 사실과 공공성이 중시되는 한국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