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자들, 자질 논란 확산

2011-10-20     임민희 기자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이 다음달 24일로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관료출신 등 일부 금융계 실력자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에 대한 도덕성논란 시비가 일고 있는데다 관치 개입설까지 나돌고 있어 누가 새 회장에 선임되든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왼쪽)과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로 최근 급부상한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간의 2파전으로 좁혀지는 가운데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과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박병원 전 수석은 경제관료 출신에다 금융지주회장을 지낸 이력도 겸비,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전 수석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KT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우리지주회장 재임 시절(2007년) 컨설팅용역업체 부당 선정과 한미캐피탈 부당 고가매입 등의 의혹이 드러나 지난 2009년 3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는 등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며 도덕성에 흠집이 생겼다.

물론, 박 전 수석은 당시 검찰에서 무협의 처분을 받았으나 일각에서는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때문에 박 전 수석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 금융계와 여론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박 전 수석의 대항마로 떠오른 이종휘 위원장은 비록 관료출신은 아니지만 은행장을 역임했고 40년간 금융계에 종사해온 탓에 은행들의 고충과 이해를 잘 대변해 줄 적임자로 꼽힌다.

이 위원장은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지점장, 부행장 등을 거쳐 2008년부터 3년간 우리은행장을 역임했다.

양천식씨는 1976년 재무부에 입사한 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 부위원장, 수출입은행장을 거쳐 현재 김앤장 고문을 맡고 있다.

진동수 전 위원장은 재정경제부 제2차관과 수출입은행장,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진 씨의 경우 금융위원장 시절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소홀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이런저런 약점을 지닌 점이 부담으로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장관급인 금융위원장까지 지낸 인물이 은행연합회장에 도전해도 되는 가 하는 비판적 눈초리도 있다.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서 금융계 역시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은행연합회장은 회원사 은행장들의 모임인 '총회'에서 적합한 인사를 추천해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지만 일각에선 이미 정부쪽에서 특정 인사를 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은행연합회장직은 22개 은행 회원사들의 이익대변과 정부 및 금융당국과의 이해관계 조율 역할, 은행권 임금단체협상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간 은행연합회는 은행과 투자자들의 권익 보호보다는 정부나 정치권의 외압에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 은행 회원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출시된 '새희망홀씨' 도입 과정에서 은행연합회가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압력에 못 이겨 은행과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또 올해 초에는 저축은행 부실해결을 위한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신설' 방안을 놓고 신동규 회장이 총대를 메고 금융당국에 반기를 들었다가 결국 금융당국의 강경 방침과 '권역별 이기주의' 논란에 백기투항한 바 있다.

금융계는 차기 은행연합회 회장은 금융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경험은 물론 정부 로비와 협상을 잘 이끌 수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