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훔쳐 통장개설한 뒤 수천만원 대출...누가 보상해?
우체국이 타인의 신분증을 들고 온 사람에게 통장을 개설해주고 여러 카드사와 대부업체들이 이 사실만 믿고 대출을 해줘 수천만원의 피해를 봤다는 황당한 내용의 제보가 접수됐다.
직장동료에게 속고 카드사와 대부업체 때문에 눈물 지은 김 모(여.30세)씨의 기막힌 사연을 들어보자.
26일 경상북도 포항시에 사는 김 모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달 초 W카드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카드대금 70만원이 연체되어 있으니 빨리 갚으라는 것. 김 씨는 그런 카드는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카드사에선 김 씨가 사용한 것이 맞다고 대답했고 놀란 김 씨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W은행을 찾았다.
은행에서 신용정보를 조회해 본 김 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자신의 이름으로 4개 카드사와 4개 대부업체에서 도합 3천만원 가량이 대출되거나 연체되어 있었던 것.
자신은 구경도 못해본 돈이었다.
김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조사 결과 같이 일하던 직장동료가 김 씨의 운전면허증을 훔쳐 우체국에서 통장을 개설, 이를 이용해 대출을 받고 카드깡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우체국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우체국에서 본인 확인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그러나 우체국에선 ‘본인의 실수이니 책임질 순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타인의 신분증으로 통장발급이 자유롭게 된다면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체국 관계자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 중이어서 답변이 어렵다”며 “우체국의 과실이 밝혀지면 당연히 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며 소비자에게도 이를 다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법률사무소 ‘서로’의 문정균 변호사는 “김 씨의 경우 카드사와 대부업체들에 피해금액을 변상할 책임은 없다”며 “타인의 명의로 계약을 체결한 카드사와 대부업체들의 책임이므로 김 씨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우체국의 잘못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니므로 우체국에다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자신의 명의가 도용된 것으로 판단된다면 소비자들은 지체 없이 경찰서에 신고해 지시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씨의 명의를 도용한 직장동료는 9월 이후 종적을 감췄고 김 씨는 경찰에 해당 동료를 형사고소한 상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