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금융 불안 와중에 'GS에너지' 설립하는 배경 뭘까?
글로벌 금융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GS그룹이 에너지 전문기업 설립을 결단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지난 19일 에너지 전문기업 GS에너지를 신규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GS의 간판 에너지기업인 GS칼텍스는 손자회사로 내려가고, 앞으로 종합 에너지사업을 총괄한 GS에너지가 100% 자회사로 내년에 설립된다. 시장에서는 GS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신재생.대체에너지를 선택해 기업분활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증시불안으로 공모가조차 제대로 모으지 못할까 GS리테일 상장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GS의 물적분할이 단행된 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관련업계는 GS그룹이 가칭 GS에너지를 설립키로 한 배경을 대략 3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SK에너지가 SK이노베이션과 몸을 합쳐 올 1월1일부터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는데 자극받았다는 것이다.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SK에너지와의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보다 올 상반기 자기자본이 8.4% 늘어난 12조5천300억원, 부채규모는 2.6% 증가한 18조3천3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Gs칼텍스는 자본이 7.2% 증가한 8조6천600억원, 부채는 8.9% 늘어나 16조원을 넘어섰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개월간 이익잉여금이 18.7%(9억8천500만원) 증가한 것과 달리, GS칼텍스는 7.6%(5조9천2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GS그룹은 사업 내용이 크게 유통과 에너지 부문으로 나뉜다. 유통사업 법인인 GS리테일은 연내 상장시킬 예정이다. 반면 GS칼텍스를 비롯해 GS EPS, GS 파워 등 에너지 관련 계열사들은 모두 비상장사다.
특히 GS칼텍스는 유가상승 등으로 인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GS칼텍스를 증시에 상장시키면 지주사인 GS의 기업가치까지 덩달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GS가 GS칼텍스 지분 50%만 보유하고 있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는 파트너 세브론의 눈치를 직간접적으로 보지 않을 수없다는 점.
신규투자 등을 늘리는데도 세브론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을 뿐더러, 그동안 비상장사인 GS칼텍스의 순이익 절반을 가져갔는데 굳이 증시에 상장시켜 순이익을 나눌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세브론은 미국의 정유기업으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 오너가가 경영수업을 거치면서 파트너사로 인연을 맺고 있다.
시장에서는 GS칼텍스 내에 자회사 형태로 존재하는 2차전지 소재 및 연료, 바이오디젤 등 신.재생사업을 GS에너지 자회사로 편입시켜 신성장동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GS파워, 해양·서라벌도시가스 등 발전·가스사업도 GS에너지의 자회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장기적으로 GS칼텍스는 정유·윤활유·석유화학 사업에만 집중하고, GS 그룹내 신·재생에너지 및 기타에너지사업은 GS에너지가 전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S에너지 신설은 또 그룹의 기업가치 제고와 유동성 강화라는 1석2조 효과도 기대케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100% 자회사인 GS파워의 지분 50%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럴 경우 나머지 50%는 GS칼텍스에 그대로 남아 있거나, GS 또는 GS에너지에 편입돼 유동성이 확보될 가능성도 있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GS는 앞으로 100% 자회사인 GS에너지의 지분 일부를 유동화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GS그룹이 유통과 에너지를 주축으로 오너가의 후계구도를 위한 정지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GS그룹은 창업주인 고 허만정 회장의 3남인 고 허준구 회장 일가인 허창수 회장-허윤홍 GS건설 부장이 건설사업을, GS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는 장남인 고 허정구 회장 일가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허세홍 GS칼텍스 전무 라인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GS리테일은 8남인 허승조 부회장과 사촌 허연수 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