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름값 대책은 '종이 호랑이'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면서 정부의 기름값 안정화 정책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기름값은 연일 사상치를 기록하며 정부의 목소리만 큰 구호를 비웃고 있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운을 뗀 이후 정부는 정유사와 주유소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기름값 잡기'에 총대를 매고 휘발유.경유 공급가격과 주유소 판매가격 안정화를 약속했다.
최 장관은 기름값이 싼 주유소 현장을 누비면서 정유사의 공급가격 100원 할인을 한시적으로나마 이끌어냈다. 또 지금은 알뜰주유소로 바꿔 부르는 '대안주유소'와 국산보다 저렴한 일본산 휘발유 수입확대 계획도 발표했다.
의욕은 넘쳤으나 최 장관의 야심작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100원 할인은 소비자들에게 큰 혜택을 주지도 못하면서 정유사의 실적부진, 주유소 업자들의 매출급감으로 정부에 대한 기업의 반감을 키우는 꼴이 됐다. 100원 할인 후폭풍으로 소비자들은 되레 기름값 인상 폭탄을 맞고 있다. 정유사 등이 손실액을 메우려고 너도나도 공급가격을 올렸고, 눈치를 보던 주유소도 마진확보에 나서면서 가격이 사상 초유의 가파른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시적으로 찔끔 받았던 혜택이 오히려 더 큰 타격으로 역습해 오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선 미친 기름값 안정이 참패로 끝난 셈이다.
실제로 지난 1월1일 전국 평균 1814.57원이던 휘발유 가격은 최근 2000원을 웃돌고 있다. 매년 100원 가량 휘발유 값이 올랐던 것을 고려할 때, 올해 10개월간 172.27원이 인상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자가폴 또는 대형마트 주유소를 늘리는 기존 계획에 이어 대안주유소 운영과 일본산 휘발유 수입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미 포화된 국내 시장에 공급을 늘려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내놨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는 어떤가?
기름값은 여전히 치솟고 있다. 정유업계는 환율 급등과 국제유가 상승 탓으로 돌리고, 정부는 기업과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다.
마진 없이 어느 누가 어떻게 알뜰주유소를 운영할 것이며, 올려도 모자랄 환경기준을 오히려 낮춰 국산보다 품질이 낮은 일본산 휘발유를 수입하겠다는 발상도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더욱이 일본에서는 내수 수요 감소로 정유시설 감축이 불가피해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 휘발유 등의 위탁생산을 의뢰하는 상황을 정부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기름값 잡기에 나섰던 최 장관이 9.15 정전사태로 사퇴를 표명하면서 기름값 안정 동력은 급속히 저하되고 있다.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는 3개월이 다 된 현재까지 알뜰주유소 등 기름값 안정화 등 어떤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서민들은 기름값 걱정에 땅이 꺼지고 있다. 자동차 기름을 못 넣겠다는 소비자는 그나마 사치스러운 편이다. 이상기후로 예년보다 더 매서운 추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서민들은 올 겨울 날 일이 까마득하다.
그러나 정부는 더 이상 무대책이다. 이런 것을 두고 레임덕이라고 하는 건지...
기름값을 내리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만 믿은 소비자들만 바보가 된 꼴이다. 자신이 없다면 아예 시장 원리에 맡겨 두는 것이 정답이다. 아니면 꾸준한 관리와 대책을 통해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정부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