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가격표시제' 실효성 얼마나?

'가격 투명성 보장' 기대...제조·통신사 담합으로 가격인상 우려

2011-10-24     김솔미 기자

내년부터 모든 휴대폰 유통망에서 단말기 가격을 표시해야하는 ‘휴대폰 가격표시제’ 시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실효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소비자 보호 및 공정한 거래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요금제별 휴대폰 판매가격 표시를 의무화하고, ‘공짜폰’ 광고를 금지하는 휴대폰 가격표시제를 도입한다고 20일 밝혔다.


그동안 휴대폰 가격은 같은 단말기라 하더라도 유통망이나 요금제 선택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따라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구입했다가는 덤터기 쓰기도 일쑤. 

 ‘무료이벤트’, ‘당첨’ 등을 내세우는 기만성 영업도 극성을 부렸다.

이번 가격표시제 시행 소식에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 매장 어디에서든 스마트폰, 피처폰, 태블릿PC 등의 단말기를  합리적으로 투명하게 구매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제조사들의 담합'등으로 인해 오히려 단말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닐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내년 1월부터 휴대폰 가격표시제 본격 시행





내년 1월일부터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시행되면 대리점, 판매점, 무점포(온라인 판매사이트, TV홈쇼핑 채널) 등 매장 크기및 종류에 상관없이 전체 휴대폰 유통망에서 스마트폰, 피처폰, 태블릿PC, 관련 액세서리 등에 판매가격을 표시하게 된다.

이 때 요금제별로 이통사의 단말기 할인폭이 상이한 휴대폰은 요금제별 판매가격을 각각 표시해야 한다.



또한 ▲요금할인금액을 판매가격에 반영하여 표시하는 행위 ▲판매가격과 함께 대폭 할인되는 것처럼 출고가격을 표시하는 행위 ▲요금제별 판매가가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대표 요금제만 표시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 유통망에 따라 판매가격 제각각…피해 속출

♯사례1= 24일 경기 남양주시 도농동에 사는 김 모(여.22세)씨는 최근 휴대폰 무료 당첨 행사와 관련해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 4월 중순경 ‘A파일과 KT의 제휴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TAKE EV S-100폰 무료 지급에 대한 안내 전화를 받은 김 씨는 혹시나 싶어 재차 자기부담금 등 추가비용에 대해 확인했지만 “36개월동안 해지하지 않고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답이 전부였다고.

하지만 개통 후 가입내용을 확인해 본 김 씨는 지급받은 폰이 36개월 사용조건으로 단말기대금을 할인받는 할부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이벤트대행업체 관계자는 “사전 안내를 제대로 읽지 않고 참여하거나 타인명의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어 신청자라 하더라도 상담원이 다시 연락해 개통 절차를 밟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문제가 된 이번 이벤트에 대해 “대리점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개별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본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사례2=인천 남구 학익동에 사는 김 모(남.35세)씨는 한 달 전 홈플러스에 입점된 LGU+ 매장에서 아들이 사용할 갤럭시 네오 휴대폰을 69만 1천원에 구입했다.

구입 당시 매장 직원은 2년 약정으로 매달 현대카드M로 40만 원 가량 결제할 경우 월 1만9천250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

하지만 실상은 대리점 직원의 안내와 전혀 달랐다. 현대카드M으로 매달 40만 원 이상을 제휴 가맹점에서 사용한 내역에 대해서만 포인트가 적립되어 할인이 가능하고 만약 적립 포인트가 없으면 결국 그 금액을 김 씨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LGU+ 관계자는 “고객을 유치할 때 적립률 등 상세히 설명하게끔 되어 있고 매장 내에도 해당 내용에 대한 책자까지 비치되어 있다”며 “하지만 서로 구두로 말한 내용이라 녹취 등의 증거자료가 없어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사례3=서울 미아동의 정 모(남.30세)씨는 지난해 12월 인터파크의 한 판매자에게 휴대폰 기기변경을 신청했다.

구매결정에 앞서 판매자에게 가입비 면제를 약속받았다는 게 정 씨의 주장.

하지만 며칠 후 통신사에서 ‘가입비 5만원이 3개월 분납된다’는 안내 문자가 날아왔고 결국 요금고지서를 살펴보니 분납가입비 명목으로 2만원 상당의 금액이 인출된 상태였다.

정 씨에 따르면 현재 문제의 판매자는 상품정보에 기재해 놓은 연락처 3개를 모두 삭제하고 잠수를 타버렸다. 결국 정 씨는 사이버수사대 신고를 통해 판매자로부터 사과와 5만원의 가입비를 환불받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인터파크 관계자는 “판매자의 불법행위를 확인하고 패널티를 부여했다”고 전했다.

◆ 제도 실효성은? 비싼 단말기 가격 부담 우려도

업계 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은 대개 가격표시제가 시행됨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투명한 가격에 기기를 구매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과 이동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들은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경부는 지자체에 행정지도를 위임, 표시의무자의 가격표시제 이행실태를 연중 1회 이상 점검할 예정이지만, 3만~4만 개에 달하는 점포에 대해 제대로 된 지도·점검이 이뤄질 지는 섣불리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지경부에 따르면 현재  휴대폰 점포는 이통사 대리점 7천600개, 판매점 2만9천800개, 온라인 채널 200개 수준이다.

또한 시시때때로 바뀌는 보조금 정책과 제각각인 할인율을 반영한 가격표를 매번 표시하고, 수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게 일선 판매자들의 지적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은 좋지만, 간혹 발품을 팔아 저렴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기회까지 놓치는 것 같아 아쉽다”며 “혹시라도 제조사나 통신사업자들의 담합으로 오히려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내용은 약간 차이가 있지만 가격표시제와 비슷한 취지로 도입한 페어프라이스제를 8월부터 이미 시행 중인 KT의 관계자는 “제조사 장려금을 출고가 인하로 연결시켜 고객들의 실질적인 단말구입 부담을 줄여줬다”며 “일선 판매점에서도 제도 시행 후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 고정 매출이 발생하게 됐다고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경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통신사업자는 휴대폰 가격 표시 내용 및 방법을 표준화하여 판매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휴대폰 가격표시제 홍보 책자, 포스터 등을 마련·배포하는 등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