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고 깨지고 불꽃 튀는 충전기가 '정상'?
폭발음과 연기 등에 이용자 식겁..제조사 측 "이게 다 보호장치~"
노트북 및 휴대폰, 게임기 등 다양한 IT기기의 필수부품인 충전기가 터지고, 깨지고, 불꽃이 튀는 등 안전사고 발생으로 이용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특히, 문제가 된 어댑터 모두 '정품'이었다는 점을 짚어 피해 소비자들은 “비용을 주고서도 정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안전성 때문인데 어이가 없다”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모조품의 경우 호환성테스트를 통과하지 않은 제품이라 사용 중 위험이 우려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내용.
하지만 최근 '정품' 충전기 사용 중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소비자들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제조사 측은 '본체 보호를 위한 작용', '설계상에 전혀 문제가 없다', '화재 방지를 위한 장치'라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중인 상황.
아찔한 사고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시정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제조사 측을 향해 “본체 보호보다 이용자의 안전이 우선 보호해야한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에도 안전위협을 최소화할 의지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 애플, 맥북프로 충전기 터지자 “본체 보호기능이야~”
28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1가 거주 박 모(남.34세)씨는 295만원대 17인치 애플 맥북프로를 이용한지 열흘만에 충전기 어댑터에서 ‘퍽~’ 소리를 들었다.
충전기 외관은 멀쩡했지만 기기 틈으로 까만 재가 흘러나와있어 박 씨는 내부에서 폭발이 그친 것으로 추정했다. 일평균 8시간 정도 기기를 사용했던 박 씨는 별다른 충격도 없었는데 원인 모를 폭발이 일어나자 매우 놀랐다고.
놀란 박 씨와는 대조적으로 고객센터 직원은 “일주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급하다면 충전기를 새로 사는 수밖에 없다”고 태연히 안내했다.
박 씨는 “충전기 때문에 사람이 다쳐야 심각성을 깨우칠 것이냐”며 미온적인 업체 측 대응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충전기에는 제품에 가해질 충격을 흡수해 제품 본체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이러한 충전기의 역할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크게 놀랐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한국닌텐도, 5세 아이 감전사고에도 “이상 無”
광주 서구 상무동 거주 김 모(남.40세)씨 역시 최근 한국닌텐도 ‘닌텐도DS라이트’ 충전기 파손으로 아들이 감전사고를 당해 식겁했다.
김 씨의 아들(5세)은 기기 사용 2년만이던 지난 9월2일, 멀티탭에서 ‘닌텐도DS라이트’ 어댑터를 빼던 중 기기가 파손돼 노출된 기판에 손가락이 닿으면서 감전사고를 겪었다.
곧바로 응급실에 실려간 김 씨의 아들은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심도3도 전기화상 진단을 받았다. “아이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자칫 즉사했을지도 모를만큼 위험했다”는 담당의사의 설명에 김 씨 부부의 가슴은 철렁했다.
이에 김 씨는 자신을 기기설계 종사자라고 소개한 후 “설계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크게 3가지 취약점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타사 제품 충전기(필립스 면도기, 삼성 갤럭시A)와 비교 분석한 결과, 구조적으로 어댑터 파손 시 내부기판이 바로 노출되며, 물리적 힘에 의해 분리 가능성이 있고, 플라스틱 어댑터 케이스에서 박리현상이 관찰돼 내구성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교된 두 개 충전기 모델은 손으로 쥐는 부분이 일체형이라 분리 가능성이 없지만 닌텐도 충전기는 조립나사로 조립돼있어 반복적인 힘이 가해지면 케이스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한국닌텐도 관계자는 “일반 드라이버로는 분해가 어려운 특수 나사를 이용해 제작된 어댑터고 정부의 승인을 얻은 안전한 제품”이라며 “제시한 자료를 확인중이지만 설계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 SK텔레시스, 떨어트린 스마트폰 배터리서 불꽃 "화재 방지용"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거주 김 모(남.38세)씨는 SK텔레시스 ‘W’ 스마트폰을 2년간 월6만5천원을 지불(통신비포함)하는 조건에 구입했다.
다음날, 성인 손바닥 크기의 사기 과일접시(300g)가 높이 80cm 화장대 위에서 실수로 떨어져 바로 아래에 있던 보조배터리와 부딪히면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김 씨는 “불똥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일부 바닥장판과 침대커버가 불에 탔고 아내의 발등 위에도 불똥이 날아 올라와 바로 진압했다”고 떠올렸다.
고객센터 측은 김 씨에게 이 사실을 전해 듣고 새 배터리를 지급한 후 원인 규명에 나섰다.
김 씨는 “충격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정품 배터리가 어떻게 작은 충격에 불꽃을 내며 터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시스 관계자는 “일반적인 배터리는 내부에 가스가 충전돼 있다. 배터리에 큰 충격이 가해졌을 때의 화재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의 가스가 분출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충격과 함께 가스가 분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