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군소은행화' 본격화..향후 진로 의문

2011-11-01     임민희 기자
SC제일은행(행장 리차드 힐)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 등을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최근 대규모 명예퇴직 실시 및 추가 영업점 폐지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그간 지속적인 소매금융 확대 노력에도 국내 굴지의 은행들에 밀려 수년째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고 최근 장기 파업으로 국내 시장 입지가 더욱 위축됨에 따라 '조직 슬림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SC제일은행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금융계는 SC제일은행이 사실상 '군소 은행'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향후에도 실적 감소 등 국내 시장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경우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SC제일은행 노사, 명예퇴직 등 '조직 슬림화' 놓고 격돌

1일 금융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 노사는 2010년 임단협 합의를 위해 리차드 힐 SC제일은행장과 김재울 노조 위원장 간 면담, 노사 실무자 회의 등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첨예해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내년 1월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을 목표로 하되 임단협 후 별도의 데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 및 도입시기를 결정하고 성과향상 프로그램(SA, 후선발령제도) 대상 확대, 상설명예퇴직제도(ERP)를 시중은행 수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향후 '강제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SC제일은행은 '통합 채널 구축을 위한 소매금융 영업조직 확대 개편' 방안을 내놨다.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기존 16개 지역본부를 35개로 세분화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 지원할 수 있도록 소매채널사업부 산하에 5개 소매영업본부를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영업조직 확대․강화를 위해 38명의 영업본부장 및 지역본부장 직책을 신설하고 신규사업팀 신설 및 얼터너티브채널팀, EB 사업팀을 보강했다.

이를 두고 SC제일은행이 조직 슬림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는 시각이 많다.

16개 영업본부를 5개로 축소, 영업본부장 아래 담당 지점수는 줄여 직원 수 2~3명의 미니점포를 신설해 '개별 영업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지난달 초 임원급 90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연말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실 SC제일은행의 조직 개편 작업은 '영업실적 감소'를 이유로 올 상반기 영업점 27개 지점을 통폐합하면서 가시화됐다.

올해 6월에는 2010년 임단협 문제로 노조원 2천600여명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은행 측은 정상 업무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전국 394개 지점 중 42개 지점을 임시 영업 중지했다.

하지만 노조 측이 지난 8월 29일 업무 현장에 복귀한 후로도 42곳 중 27곳만 영업을 재개했을 뿐 15곳은 여전히 가동하지 않으면서 추가 영업점 폐쇄 의혹마저 일고 있다.

대규모 감원, 추가 영업점 폐지 등 의혹 증폭

김재율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은 직원 명예퇴직과 관련해 "단체협약 사항에 상설명예퇴직 제도가 있기 때문에 연말에 이를 시행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난 2008년처럼 명예퇴직 조건(특별퇴직금 상향)을 좋게 하면서 사측이 강제적으로 필요한 인원만큼 밀어내려는 의혹이 있어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측의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해서도 "노조원들이 이미 복귀를 했음에도 15개 점포를 아직 가동하지 않은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여 진다"며 "최근 은행이 소매금융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이미 2008년에 했던 제도로 실상 영업점이 늘진 않고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추가 폐쇄 얘기는 사실무근"이라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영업조직을 확대, 강화한 것으로 구체적인 세부 계획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노사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고객 혼선 방지와 안전한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15곳은 영업재개를 하지 않았다"며 "빠른 업무 정상화를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 부분에서 최종 양보안을 제시하는 등 노조 측과 계속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연말 구조조정 계획과 관련 "은행의 경쟁력과 지속적인 성장 강화를 위해 임원진 90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자발적 참여에 의해 진행됐다"며 "직원대상 명예퇴직의 경우 상설명예퇴직 폐지 입장은 변함없지만 노조와 같이 협의해 가는 것일 뿐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시 출퇴근 사복착용 근무를 하고 있는 노조 측은 사측이 임단협을 빌미로 계속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다면 쟁의행위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어 노사 갈등 양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