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경영권 탈환 행보에 채권단 '회의적'
2011-11-02 임민희 기자
2일 금융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에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고 주요 채권 금융회사에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또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가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10.45%)을 팔아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 금호산업의 1대 주주자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로 박 회장이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갖게 되면 아시아나항공까지 덤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박삼구 경영권 복귀 시동, 회의적 시각 여전
박 회장의 경영권 강화 움직임은 최근 그룹 내의 계열사 분리경영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연관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지분을 연이어 전량 매각하면서 자체 계열분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구 회장은 분리경영을 위해 지난 7월 금호산업의 지분(주식 9만4000주)을 전량매각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금호타이어 주식 10만5000주를 모두 장내 매도했다.
박삼구․박찬구 형제가 확고한 분리경영 체제를 갖추게 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금호석유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으로 쪼개지게 된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의 오너 복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룹을 위기로 내몬 실패한 경영인'이란 꼬리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복귀 1년 만에 금호산업 경영권까지 넘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거대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지난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주요계열사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게 만든 장본인중 한사람으로 지목받고 있다.
그는 동생 박찬구 회장과 함께 동반 퇴진했다가 지난해 11월 '워크아웃 조기졸업'이란 명분을 내걸고 15개월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바 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을 만큼 금전적 여력이 될지도 의문이다. 업계에서는 금호산업이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박 회장이 3천억원 규모로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금호산업이 오는 30일 금호고속과 분할하면 머지않아 완전자본잠식(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납입자본금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박 회장의 유상증자 참여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직 논의단계고 채권단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 내에서 동의하는 곳도 있지만 일부 반대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서로 협의를 통해 좋은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 "위임한 것 뿐 경영권 아직 줄 생각없어"
반면, 채권단 측은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 확보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 견해을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여전히 박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보이는 상황에서 박 회장의 경영권 복귀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자칫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달 23일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산업은행이 2009년 당시 금호계열이었던 금호생명(현 KDB생명)의 주식(주당 순자산가치가 -152원)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고가로 인수(주당 5000원)해 최대 2589억원의 손실을 입힌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수 특혜 의혹'까지 불거진 터라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은 박삼구 회장이 경영을 잘하면 우선매수청구권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지 무조건 주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채권단에서 논의한 바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은 채권단 주식을 매각할 때 주식을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권리다. 채권단은 향후 박 회장의 기여도나 노력을 평가해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박삼구 회장이 맡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물론 금호산업이나 아시아나항공도 향후 인수․합병(M&A) 절차를 거쳐 시장에 나오면 박 회장한테 다른 인수자와 동등조건으로 지분(경영권)을 가져갈 의향을 먼저 묻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그룹 내의 계열사 분리 움직임에 대해 "지난 2009년 금호그룹과 구조조정 MOU를 체결할 당시 채권단이 박삼구․박찬구 회장에게 분리경영을 하라는 차원에서 얘기한 것 외에는 별도로 언급한 적은 없다"며 "박삼구 회장의 경우 채권단이 경영위임을 한 것일 뿐 박 회장이 지분 얼마를 확보한다고 해서 회사를 찾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박 회장이 지분 20%를 취득하더라도 채권단이 70% 이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경영권을 가져가려면 채권단의 동의 등 별도의 프로세스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호그룹 내 일각에서도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 강화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호타이어노동조합 관계자는 "박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새 노조집행부가 출범한지 얼마 안 돼 인수인계 단계인데 내년 임금단체협상과 관련 실질적인 임금하락 등 중요 현안을 다루면서 박 회장의 경영권 복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