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보내주세요"사도세자 편지 발견
2007-06-15 뉴스관리자
서울대 권두환(국어국문학) 교수는 최근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조선시대 영조와 사도세자인 장조, 정조가 친인척들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사도세자가 장인에게 보낸 11첩의 흑백자료 사진을 발견해 번역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사도세자와 관련된 자료는 공식문서가 대부분"이라며 "사도세자가 직접 자신의 내면을 담은 글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번역된 편지에는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사도세자가 장인인 홍봉한(洪鳳漢)에게 "내 나이 금년으로 이미 15세의 봄을 넘긴 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 한번도 조상(숙종대왕) 능에 나아가 참배하지 못했다(1749년 모월 모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열은 높고 울증은 극도에 날해 답답하다. 우울증을 씻어내는 약을 남몰래 보내 달라(1753년 또는 1754년 모월 모일)"고 장인에게 부탁하는 장면 등 사도세자의 병세를 보여주는 장면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자료는 초대(1910-1916) 조선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가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원본은 야마구치(山口)현립도서관에 보관돼 있고 도쿄대 다가와 고조(田川孝三) 교수가 이를 사진으로 촬영해 1965년부터 이 대학에 보관해 오다 퇴직 후 유품으로 남겼다고 권 교수는 전했다.
권 교수는 사도세자의 아내인 혜경궁 홍씨가 지난 1806년 동생인 홍낙윤(洪落倫)에게 "집안에 흩어져 있는 영, 장, 정조의 편지 등을 정리해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해 3대의 글귀를 담은 58첩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15일 서울대 국문과 학술발표회에서 이 같은 번역 내용과 편지 고증 과정을 발표하며 사도세자가 아내의 출산을 걱정하는 내용 등을 추가로 번역해 논문으로 낼 예정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