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여배우'의 기구한 돈벌이 방법
2007-06-15 헤럴드경제
KBS 금요 드라마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은 부부갈등이 주 내용이라 주시청층은 30대 이상의 중년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단골 불륜녀인 민지영(28)은 오히려 10~20대에게 인기가 높다. 인터넷 ‘사랑과 전쟁’ 커뮤니티나 민지영의 미니홈피에는 주로 중고교생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사랑과 전쟁’은 부부관계와 싸움, 외도, 이혼, 재혼 , 혼전동거 등 부부문제를 다루다 보니 남자를 유혹하는 불륜녀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민지영은 단골 불륜녀로 등장한다. 과거에는 선배 탤런트 유지연(30)과 함께 나왔지만 요즘은 민지영이 독보적이다.
민지영이 4년동안 이 프로그램 주연으로 출연한 횟수만 50회가 넘는다. 그녀의 주임무는 가정파괴다. 귀여운 철부지 새댁 역할도 가끔 맡지만 본업은 유부남을 유혹해 가정파탄을 일으키는 불륜전문배우다.
‘두 얼굴의 아내’ ‘위험한 주부들’ ‘사기치는 남자’ ‘위험한 게임’ ‘두번 출근하는 남자’ ‘장모 대 시어머니’ 등이 그녀가 주연을 맡았던 프로그램이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과 역할 이미지로 시청자의 눈에 쏙 들어오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방송된 ‘여왕벌의 외출’편에서는 자신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업 확장을 위해 여러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내용이다. 이 코너가 히트하자 그녀는 자신의 인터넷 의상 쇼핑몰의 이름도 ‘여왕벌의 외출’이라고 지었을 정도다. 역할상 화려하고 야한 옷을 많이 입다보니 이 분야에 감각이 생겼다는 것이다.
민지영의 연기에 대해 ‘사랑과 전쟁’의 곽기원PD는 “목소리나 얼굴 등 자신의 이미지를 과장 없이 잘 활용하고 있다”면서 “조금 늦었지만 섹시함으로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고 평했다.
민지영은 2000년 SBS 공채 9기 탤런트로 연기에 입문했다. 한때는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와 SBS 미니시리즈 ‘무적의 낙하산 요원’, SBS 아침드라마 ‘사랑과 이별’, MBC 베스트극장 ‘통근열차러브’, 케이블의 온게임넷 ‘게임 플러스’ MC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였다.
하지만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면서부터는 범위가 한정돼버렸다. 다른 프로그램에는 여러 번 출연해도 시청자들이 기억을 잘 못하는 반면 ‘사랑과 전쟁’에는 한번만 나와도 시청자들이 기억을 해줬다.
민지영에게는 ‘사랑과 전쟁 전문배우’ ‘불륜전문배우’ 두가지 타이틀이 생겼다. 이제는 이 이미지를 활용할만한 여유도 생겼다. 7년여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사랑과 전쟁’의 주역배우로서 자부심도 느낀다.
“인터넷에서는 저를 얼짱 몸짱 섹시짱이라 불러요. 저를 인정해주고, 저의 캐릭터를 필요로 한 곳이 ‘사랑과 전쟁’이잖아요. 일반 연속극에 비해 템포가 빠르고 감정 표현도 절제돼 있는 등 나름대로 매력이 있죠.”.
민지영이 만약 ‘무릎팍도사’인 강호동을 찾아간다면 “최고의 불륜전문배우로 그냥 살아라~”고 처방을 내려줄 것 같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