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는 불황이 즐겁다..대형항공은 죽을맛

2011-11-04     안재성 기자

고환율.고유가의 양대 악재에 짓눌려 항공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외화부채 때문에 휘청거리는 대형항공사와는 달리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5개 저비용항공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여객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늘리며 약진하고  있다.


아울러 인수합병, 신규항공사 설립 등 저비용항공업계의 재편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 시장 점유률 큰폭 점프


항공사는 항공기 도입 등의 문제로 외화부채가 많을 수밖에 없다.따라서 고환율은 항공사들에게 몹시 부담스러운 악재다.


올해 3분기 대한항공은 6천억원 이상의 외화부채 평가손실을 입었으며, 아시아나항공의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3분기 순손실은 5천243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적자전환이 유력시된다.


반면 저비용항공사의 실적은 호조세다. 고환율과 고유가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지만 ‘불황 심리’와 노선 증설을 통해 매출액과 여객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저비용항공사는 끊임없는 국제노선 진출확대로 전년동기(205만명) 대비 39.8% 증가한 286만명을 실어날랐다. 이에 따라 저비용항공사의 전체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12.9%에서 16.6%로 상승했다.


저비용항공사의 3분기 국내선 여객 시장 점유율은 42.3%(232만명)로 전년동기의 34.3%에 비해 8%포인트나 급상승했다. 특히 김포-제주(152만7천명, 54.4%), 김해-제주(41만7천명, 61.8%), 군산-제주(2만1천명, 51.5%) 등 3개 노선에서는 점유율 50%를 뛰어넘었다.


저비용항공사의 약진은 국제 노선에서도 돋보였다.


저비용항공사는 3분기 국제선에서 54만명(시장점유율 4.6%)을 실어날라 전년동기(2.6%) 대비 시장점유율을 2%포인트 높였다. 점유율이 특히 높은 노선은 김포-오사카(7만9천명, 22.6%), 김해-오사카(2만5천명, 31.9%), 김해-후쿠오카(2만3천명, 29.9%), 인천-괌(2만9천명, 31.7%), 김해-홍콩(2만1천명, 30.8%) 등이었다.


이에 반해 대형항공사의 여객 실적은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대한항공의 3분기 여객 실적은 총 635만9천517명(국내선 204만7천219명, 국제선 431만2천298명)으로 지난해 3분기의 628만6천765명과 대동소이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역시 총 388만6천797명에서 402만9천801명(국내선 113만6천145명, 국제선 289만3천662명)으로 3.6%밖에 늘지 않았다.


특히 양사 모두 국내선에서 저비용항공사에 밀려 여객 수가 줄고 있다. 전년동기(224만9천691명) 대비 대한항공 국내선 여객은 9% 감소했으며, 아시아나항공(2010년 3분기 115만6천549명)은 2% 감소했다.


올해 1~9월 누계 국내선 여객 수는 대한항공 580만명, 아시아나항공 334만명, 제주항공 164만명, 에어부산 157만명, 이스타항공 118만명, 티웨이항공 104만명, 진에어 96만명이다.


같은 기간 누계 국제선 여객 수는 대한항공 1천172만명, 아시아나항공 782만명, 제주항공 56만명, 진에어 31만명, 에어부산 28만명, 이스타항공 12만명으로 집계됐다.


대형항공사에 비해 저비용항공사의 상승세, 특히 국내선에서의 가파른 상승세가 시장점유율 변화를 이끌고 있다.


◆경쟁력은 역시 '저비용'


저비용항공사 선전의 이유로는 ▲국제선 노선 증가 ▲저렴한 가격 ▲경기 불황 등이 꼽힌다.


올해 저비용항공사 취항노선은 지난해의 8개에서 21개로 증가했다. 이 중 제주항공이 11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또 지난 수년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 붐이 불면서 여객 수요는 많이 늘었지만, 동시에 최근의 경기 한파로 ‘저렴한 비용’을 우선시하는 여객들이 많아졌다.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는 이 점에서 확실한 가격 차이를 보인다.


국내 인기 여행사인 하나투어 ‘캄보디아-앙코르왓 5일 패키지 상품’의 가격을 보면, 대한항공 탑승 시 87만9천원, 아시아나항공 탑승 시 84만9천원이지만, 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을 이용하면 69만9천원에 불과하다.


또 ‘오사카/쿄토/나라/고베 3일 관광’ 주말 상품의 경우 대한항공 84만9천원, 아시아나항공 74만9천원, 제주항공 64만9천원이다.


상품내용이나 출발 날짜에 따라 조금씩 틀리지만, 대체적으로 저비용항공사를 활용하면 15~20만원을 아낄 수 있다.


김 모(남.33세)씨는 “요즘 들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압박이 강하다”면서 “같은 일정의 여행이라도 저비용항공사가 훨씬 저렴하다 보니 홍콩, 상하이, 항주, 오사카 등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는 저비용항공사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저비용 항공업계 지각변동?


한편 티웨이항공사가 인수합병 시장에 나오고, 신규 저비용항공사 설립 계획이 발표되면서 업계에 또 한 번의 파란이 일고 있다.


현재 티웨이항공을 인수하기 위한 컨소시엄익 결성된 상태인데, 제주항공도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이 티웨이항공사를 인수하게 되면, 보유 항공기 대수가 12대로 늘어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 항공기를 보유한 회사가 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컨소시엄으로부터 요청이 와서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가 저비용항공사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세계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가 내년도 한국에 지사를 만들 방침이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