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업체들,공정위 조사에도 '담합대응'

손보사,아이스크림업체,세제업체 '예행연습'까지

2007-06-18     뉴스관리자
<공정위 적발 확대에 업계 대응도 정교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지난해 11월 손해보험사들의 보험료 담합혐의를 조사하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은 조사대상 업체들이 모여 공정위 조사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한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에는 공정위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법무법인과 협의한 후 대응하고 제재를 감면받기 위한 자진신고(리니언시)는 절대 하지 않으며, 만일 자진신고를 하는 업체가 있을 경우 해당 업체는 공동대응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 기름값에서부터 아이스크림 가격까지 기업들의 각종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와 적발을 확대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담합 수법과 내용도 갈수록 교묘하고 치밀해지고 있다.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들은 자진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까지 합의하는가 하면 입찰에서 낙찰업체를 정해 밀어준 뒤 이익금을 나눠갖기도 하고 가격인상폭과 시기가 같아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인상폭이나 시기를 고의로 다르게 조작하기도 하는 등 적발을 피하기 위한 각종 수법을 동원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적발한 손보사 담합건에서는 업체들이 "부가율이 동일한 수치로 변경된 것에 대한 집중 추궁이 예상된다"면서 "각 사의 자료수집과 대응 논리를 마련해 공동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손보사는 담합과정에서 보험상품의 부가율이 다르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8개 상품 중 3개는 타사보다 유리한 보험료를 적용하고 2개는 불리한 보험료를, 나머지 3개는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하는 이른바 `3:2:3'방식의 선택조합을 사용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지난달 발표한 현대중공업, LS산전 등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제조 7개사의 입찰담합건에서는 업체들이 입찰실시 전 담합을 통해 낙찰업체와 가격까지 합의한 뒤 이 업체가 계약을 따내면 그 이익금을 담합참여 업체들이 나눠가지는 새로운 수법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발표된 부라보콘, 월드콘 등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건에서는 업체들이 제품가격을 700원에서 800원으로 한 차례 올린 뒤 다음 해에 다시 1천원으로 인상했고 업체별로도 가격조정 날짜를 10여일 간격으로 분리하는 등 담합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위장전술'이 동원되기도 했다.

지난해 적발된 세탁.주방세제 가격담합의 경우 해당 업체들은 담합 합의를 `배신'하지 않는지 상호 감시하기 위해 시장조사까지 실시했으며 회사 규모 순으로 가격 인상에 시차를 두거나 일단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린 후 조금 내리는 등의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또 석회석가공업협동조합은 2002년부터 회원사들의 생석회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도록 결정하고 합의사항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서는 채권과 부동산 양도각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자체적인 제재까지 시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에 대한 조사와 적발을 피하려는 각종 수법들이 동원되고 있어 자진신고나 조사협조가 없으면 적발이나 혐의 입증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