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입시안도 사실상 내신 무력화

2007-06-18     뉴스관리자
서울지역 외고들이 200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 실질반영률을 크게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상위권간 점수 폭은 극히 좁아 실제 경쟁자간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외고들은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을 받고 올해부터 내신 실질반영률을 30% 수준으로 확대했지만 실제 경쟁할 상위권간 점수 폭은 매우 좁게 하고 중ㆍ하위권간 점수 폭은 넓혀 `실질반영률 30%'라는 수치를 맞추었다는 것이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원ㆍ대일ㆍ명덕ㆍ서울ㆍ이화ㆍ한영외고 등 서울지역 6개 외고는 올해 입시부터 내신 실질반영률을 확대해 기존 평균 7% 안팎에 머물렀던 것을 30% 수준으로 높여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그동안의 발표대로라면 선발 인원이 가장 많은 일반전형의 내신 실질반영률은 이화외고가 45.5%로 가장 높고 대일외고(37.3%), 대원외고(33%), 한영외고(33%), 명덕외고(31.5%)에 이어 서울외고가 22.9%로 가장 낮다.

내신 반영률이 수치상으로는 상당히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경쟁이 예상되는 상위권간의 점수 폭은 매우 좁아진 대신 중ㆍ하위권간의 점수 폭은 그에 비해 몇배씩 넓어 내신의 영향력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부분의 외고가 내신 성적을 매길 때 일정 수준의 기본점수를 부여하고 있고 내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과성적 점수를 매길 때도 상위권간 점수 차는 극히 작은 대신 하위권으로 갈수록 그 폭을 더욱 넓혔기 때문이다.

대일외고의 경우 내신 성적 150점 중 120점을 차지하는 교과성적의 점수 폭을 보면 1등급과 2등급은 2점의 점수 차가 나고 3등급과는 6점이 차이난다.

그러나 1등급과 4등급과는 점수 폭이 10점, 5등급 20점, 6등급 32점, 7등급 48점, 8등급과는 76점, 9등급과는 90점 등으로 중ㆍ하위권으로 갈수록 등급간 점수 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화외고도 내신 200점 중 전교과 성적(100점)과 국ㆍ영ㆍ수ㆍ사ㆍ과 기본 5과목 성적(100점)의 점수 폭을 보면 석차백분율 5% 미만을 100점으로 주면서 석차백분율 8%, 11%, 15%, 19% 기준으로 각각 1점의 차이를 두고 있다.

그러나 석차백분율 24% 이후로는 2점, 3점, 5점, 10점 등의 점수 폭을 두고 간격이 벌어진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대부분의 외고에서 나타나 석차 백분율 20% 내의 학생들이 지원해 경쟁하는 경우에는 그 영향력이 10% 안팎까지 떨어지게 된다.

또 내신 성적의 일부인 출석과 봉사활동 성적까지 감안한다면 내신의 영향력은 더욱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출석과 봉사활동 성적을 매길 때 만점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기본점수를 주는데다 거의 모든 학생이 출석과 봉사활동은 만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내신의 영향력을 거의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내신 실질반영률을 30%로 확대했다'는 발표 속에는 실제로 경쟁할 상위권간 점수 폭은 좁게 하면서 대신 수치는 30%로 맞춰진 `함정'이 숨어 있기 때문에 수치 그 자체만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상위권간 점수 차가 좁은 것은 폭이 너무 넓으면 영어듣기나 구술면접 등 다른 시험은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내신의 영향력은 분명 3분의 1 정도에 이른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