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수천억 투자 무리수 둬야 했던 이유?
3조원 주식부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무리한 선물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입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는 최 회장의 현금 부족과 완벽한 지주회사 구축 그리고 해묵은 사촌간 계열분리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998년 부친인 최종현 회장의 별세로 갑작스럽게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상속세 700억원을 5년간 나눠서 냈다. 이때문에 2002년 소버린이 경영권을 위협했을 때도 SK 지분매입을 위해 대출을 받았을 정도로 현금 부족에 시달렸다.
지난 10월엔 개인 선물 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SK C&C 지분을 경영권 방어를 위한 비율만 남기고 매각키도 했다.
2007년 전환된 지주사 체제도 지주사인 SK 위에 SK C&C라는 정점이 하나 더 있는 '옥상옥' 구조로 이뤄져 최회장의 부담을 크게 했다.
이런 가운데 사촌인 최신원 SKC 회장이 밀어부치고 있는 계열분리 야심도 심적 부담으로 조급함을 초래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 3월 SK네트웍스 주주총회에서 "SK 창업정신이 흐려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계열분리 속내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2009년 SK가스와 SK에너지, SK 주식을 전량 처분했던 그는 올 들어 소량이긴 하나 SK케미칼과 가스 그리고 건설 지분을 늘리고 있다.
또 SKC와 SK증권의 지분을 3.36%에서 3.53%, 0.19%에서 0.26%로 늘렸다. SK네트웍스 지분도 0.11% 보유했다.
SKC의 지분 40%를 SK가 지니고 있어 당장은 무리로 보이지만 계열분리를 위한 초석 마련이라는 상징성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최신원 최창원 회장 형제가 SKC와 SK케미칼, SK건설, SK네트웍스, 워커힐호텔 등을 분리해 나가는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옥상옥' 지배구조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꾸준히 제기돼 온 SK C&C와 SK의 합병설도 최태원 회장의 무리한 투자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SK C&C→SK→SK텔레콤 등의 지배구조를 그리고 있다. SK C&C는 최태원 회장이 40.5%로 대주주다.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10.5%를 보유하며 그룹 지주사인 SK를 지배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완전한 지주사 체제의 완성을 위해선 양사의 합병이 가장 쉬운 해결책으로 제시돼 왔다. 문제는 합병 비율. SK C&C의 주가가 높고 상대적으로 SK가 낮아야 최 회장으로선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2009년 11월 상장된 SK C&C 주가는 줄곧 SK보다 낮았다. 올 들어서도 1월 SK C&C 주가는 9만원대에 불과 했으며 SK는 14만원을 넘어섰었다. SK주가가 고점을 찍은 4월 한때에는 그 격차가 두 배를 넘어서기도 했었다. 지분을 늘리기 위한 현금 확보가 절실한 이유로 풀이된다.
지난 8월과 9월 대규모 해외발 악재가 있고서야 주가는 역전됐다. 현재는 SK C&C 주가가 13만9천원으로 SK 12만8천500원보다 높은 선에 거래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재원 형제가 무리한 선물 투자를 해서라도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은 향후 계열분리 등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 측은 여전히 횡령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계열분리 역시 지분관계로 봐서는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검찰은 최근 SK그룹 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천800억원 중 992억원이 최태원 회장의 개인투자에 빼돌려진 정황을 포착하고 본사 및 계열사의 압수수색을 펼쳤다.
검찰은 최 회장이 간여했고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 세탁을 거쳐 횡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 돈이 최 회장 개인 선물투자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향후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소환 여부도 정해질 전망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