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다시 급증..당국 대책 수정 불가피
2011-11-11 임민희 기자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저금리 기조가 1년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문제를 은행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를 효율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 6월말 가계대출 연착륙을 위해 '고정금리ㆍ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확대' 등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과 관련, 금융권이 이를 잘 지키고 있는지, 실효성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나아가 미진한 점에 대해선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때에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억제'를 앞세워 대출금리를 올렸으나 오히려 가계대출은 늘어나 결국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격차) 수익을 챙기려 했다는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전월에 비해 무려 3조18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10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451조8000억원에 달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6월 3조3500억원으로 월단위 최대 수준을 보이다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규제에 나서면서 7월 2조2천900억원, 8월 2조5400억원, 9월에는 6200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0월에 가계대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아파트 신규분양 증가와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대한 중도금 대출 등의 요인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10월 주택담보대출(모지지론양도 포함) 규모는 전월대비 3조1000억원 증가했고 마이너스통장대출 등도 주식청약자금 수요 증가 등으로 8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금융당국이 추진했던 은행권 가계부채 총량규제(월별 가계 대출 증가율 0.6% 관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가계부채 종합대책 역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로선 금리인상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없어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등으로 유로존 위기가 계속되면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4개월째 연 3.25%로 동결한 상태다.
다행히 7개월 연속 4%대를 보였던 물가는 지난달부터 3%대로 떨어지며 상승률이 둔화되는 양상이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심화는 향후 경기침체시 실업률 증가로 소득이 감소하고 대출금에 대한 연체율 증가 및 집값하락으로 담보가치를 상실할 경우 서민경제 파탄은 물론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계는 당국이 단기적으로는 가계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사후대책 마련과 장기적으로는 필수지출인 주거, 교육비, 교통비 등에 정부가 지출을 늘려 가계의 가처분 소득(소비, 저축이 가능한 소득)을 높여 줄 필요가 있음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또한 가계대출 억제를 명분으로 대출금리를 올려 이자수익을 올리는 은행권의 영업행태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엄정히 감독해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