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일단락됐지만 경영 정상화는 첩첩산중

2011-11-14     윤주애 기자

1년 가까이 끌어온 한진중공업의 대량해고 사태가 노사의 극적인 합의로 일단락됐지만 앞으로 경영정상화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사측이 1년 안으로 해고자 94명을 재고용하기로 약속하면서 희망퇴직자와 비해고자 등 한진중공업 전.현직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올 상반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전면파업으로 사실상 수주잔량이 없다는 점이다. 일단 사측이 사회적인 반발에 밀려 한 발자국 후퇴했으나, 조선소로서 경쟁력이 쇠퇴된 상황에서 영업 정상화는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10일 오후 2시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노사간 잠정합의안에 대해 무투표로 가결했다. 노조가 새 집행부를 꾸린지 한 달만의 일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2월15일 400명의 대규모 정리해고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미 6천500명의 직원이 해고된 상태였던터라 노동조합은 즉각 파업에 들어갔으나, 노사간 입장차만 확인할뿐 간격이 좁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올해 1월6일 기습적으로 영도조선소의 85호 크레인에 올라가면서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한진중공업의 해고가 긴박한 경영상 문제인지를 놓고 사회적인 담론이 일었다.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정리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해고 회피노력을 다해야 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50일 전 근로자 대표에게 통보하고 협의하는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리해고가 진행되던 지난 1월3일 주주에게는 174억원을 주주배당하고 한진중공업 홀딩스에는 52억원 현금배당, 임원들의 임금은 인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진중공업의 대외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이후 시민 사회단체 등이 주도한 희망버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국회 청문회 출석등 많은 사회적 이슈를 뿌리며 1년 가까이 끌어오던 문제가 일단락됐다. 김 지도위원도 85호 크레인에 올라간 지 309일만인 지난 10일 농성을 풀고 내려왔다.

경찰은 김 지도위원 등 4명에 대해 지난 12일 건조물 침입 및 업무 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지도위원은 앞서 법원으로부터 하루 1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이 잠정 합의안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내홍이 여전하다.

이번에 타결된 노사합의안은 ▲해고자 94명을 합의일로부터 1년 내에 재고용 ▲이들의 해고 전 경력도 모두 인정 ▲해고자 생계비 2천만원을 3차례로 나눠 지급 ▲쌍방에 대한 형사 고소와 고발은 모두 취하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문제는 해고자 170명 중 94명만 복직이 약속됐고, 나머지 230명 희망퇴직자들의 경우 재고용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또 지난 6월 말 비해고자들의 근무가 재개됐지만, 일감이 없을 뿐 아니라 밀린 세금을 내고나니 월급도 정상적이지 않아 생활고 속에서 노동자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복직 문제 뿐만 아니라 순환휴직, 자녀학비 지원범위 등을 놓고 희망퇴직자와 해고자들, 비해고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며 "회사가 진정으로 영도조선소를 정상화시킬지도 안갯속"이라고 우려했다.

증권가에서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정상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동익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주잔고가 사실상 전무하고 유럽위기로 신규수주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고용합의로 인해 고정비부담이 가중된 점은 부정적"이라면서 한진중공업에 대한 목표주가는 1년 전(5만5천원)보다 낮은 3만원으로 내세웠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1일 상승장에서 1만9천원으로 전일보다 1% 떨어졌다.

하지만 정 애널리스트는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되면서) 장기농성으로 저하된 대외 신인도 회복과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로 지연된 인천북항 배후지 개발 및 매각 문제가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인 측면도 언급했다.


과거 조선 '빅5'에 들었던 한진중공업은 현재 현대미포조선과 STX조선해양에 밀려난지 오래 됐다. 수주실적이 저조해지면서 올 2분기 영업이익은 300억원에 불과, 현대중공업(1조303억원)과 343배나 차이가 난다. 분기당 순손실액이 수백억원으로 늘어나자 주가순자산비율(ROE) 등 재무안정지표도 악화됐다.

한진중공업은 1년 전인 지난해 11월11일 장 중 4만2천651원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당시 시가총액이 2조600억원 규모. 그러나 12월 대량 정리해고, 이듬해 1월 배당금 지급 등으로 강력력한 반발에 부딪쳤고, 그나마 유지하던 2만원대가 무너진 것은 희망버스로 인한 대외신뢰도 하락과 글로벌 경기불황 때문이다. 1년새 67% 이상 주가가 빠지면서 시총 1조원이 증발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