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다단계 '제2의 시한폭탄' 째깍째깍

'제이유 복제판'…연간 수익률 2~3배 보장 서울에만 20여곳 성업

2007-06-20     장의식 기자

    
자영업자 이 모(47ㆍ서울 도봉구 쌍문동)씨는 최근 친구의 권유로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상품권 업체를 찾았다.

칸칸히 나뉘어 고급스럽게 꾸며진 사무실에는 수십명의 컨설던트들이 1대 1 상담을 하고 있었다.이씨 상담을 맡은 컨설던트는 상품권에 투자하면 1년 내에 70%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자 투자금으로 수익성 있는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필리핀 마닐라 인근의 팍상한 폭포 주변의 부동산 개발에 착수했고 바이오 에너지 사업에도 투자할 거라고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기존의 다단계와 다른 것은 투자를 하면 그냥 막연히 투자금 반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액면가만큼 상품권을 제공한다는 것. 이 상품권으로 자체 쇼핑몰에서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해도 되고 사용하지 않은 상품권에 대해서는 1년 후에 70%의 수익금을 얹어 회사가 되사준다고 컨설던트는 강조했다.

그렇게 고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다른 여러 회원의 통장도 보여줬다.

상품권 다단계가 제이유에 이어 ‘제2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품권 다단계 마케팅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권 다단계 역시 제이유의 공유마케팅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세히 뜯어 보면 종전 물품을 팔던 다단계 마케팅이 상품권으로 진화한 것이다.

상품권업체들은 일부 쇼핑몰 또는 판매업소들과 제휴를 맺고 구매한 상품권으로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일부 업체는 아예 자체 쇼핑몰을 만들어 회원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매토록 하기도 한다.

언뜻 합리적인 마케팅 방식처럼 보이지만 여러 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상품권이라고 하지만 사용처가 한정돼 있다. 회사 자체 쇼핑몰이 한 개 뿐인 곳도 많다.

상품 가격도 턱없이 비싸다. 시중에 없는 기능성 제품들이라며 동종의 상품들보다 2~10배는 비싸다. 상품권 때문에 턱없는 바가지를 쓰는 셈이다.

고수익도 함정일 가능성이 높다. 보통 연간 수익률을 2~3배로 약속한다. 수소보일러, 바이오에너지, 해외카지노 등 현실성 없는 사업이 대부분이다. 제이유의 유전개발, 제주도 부동산 개발 등과 같은 맥락이다.

제이유처럼 뒤에 들어오는 사람의 투자금으로 먼저 가입한 사람의 수익을 챙겨주는 수법도 똑 같다.

회원이 계속 가입하면 문제가 없지만 가입자가 줄거나 끊기면 대책이 없게 된다. 나중에 투자한 투자자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이다.

현재 이같은 상품권 다단계 업체는 전국적으로 수십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에만 20여개가 성업하고 있다. 유사수신행위로 적발된 업체만도 올들어 11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상품권 업체 15곳을 유사수신행위 업체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작년 9월에는 300여명의 투자자가 참여했던 모 상품권 업체가 신규 가입자 부진으로 부도를 내면서 투자자들이 340억원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다단계식 유가증권을 판매하는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개정된 방문판매법을 오는 7월 2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