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분업계 실적 초상집..가격인상에도 적자 눈덩이
국내 제분업계가 울상이다. ‘곰표’로 친숙한 대한제분과 제분·사료사업을 함께하는 동아원 등 밀가루 생산업체들의 올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서 그야말로 실적 찬바람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원맥 시세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다 국내 밀가루 가격 인상이 봉쇄돼 수익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분산업의 주원료인 원맥의 국내 생산량은 전체 소요량의 1%미만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 소맥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7월 이후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폭등 전 가격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밀가루 업체들은 지난 상반기 국제 곡물가와 환율 상승세를 반영해 한 차례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수익개선에는 역부족이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이번 3분기 실적악화가 상당히 심각하다”며 “지난 4월 인상폭(9%)이 실적에 반영되기에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삼양밀맥스 등 여타 제분업체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내 제분시장은 현재 총 8개사가 연간 170만톤 전후의 생산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중 대한제분이 26%, 동아원과 CJ제일제당이 각각 25% 안팎을 점유해 3개업체가 전체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 3분기 대한제분과 동아원의 성적표는 낙제점이나 다름없었다.
대한제분의 올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4% 감소한 842억원이다. 영업손실은 8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63% 마이너스 신장을 기록했다.
순손실도 64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대비 157%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 역시 -10%대로 내려갔다.
각종 원자재 가격상승 및 환율, 유가급등 영향으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데다 지난 4월 밀가루 판매가격 인상 수요이 수요 둔화를 더욱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동아원은 올 3분기 매출액 1천72억원, 영업손실 185억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무려 16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무려 256%나 감소했다.
동아원의 사업부문은 제분과 사료가 6대 4의 비율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말 발병해 올해 초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및 AI 등의 영향으로 국내 축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사료 소비가 크게 감소하면서 동아원의 양돈 사료 매출은 작년 대비 절반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이희상 동아원 회장은 앞서 지난 6월 “올 상반기 17% 정도는 올렸어야 했지만 여건 상 한 자릿수 인상 밖에 못했다”며 하반기 밀가루 값 추가인상의 필요성을 지적했지만 정부의 압박으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관계자는 “정부 압력에 눌려 추가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올해 4분기까지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제분업체들은 지난 4월 평균 9% 안팎의 밀가루 출고가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2008년 이후 3년 만의 인상이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