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넘는 사람이 공기업 신입사원
입사동기생 연령 차이 10∼30세
2007-06-25 뉴스관리자ㅏ원
공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고령자들이 사회적 경험, 전문성 등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나이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고령자들이 제대로 적응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 고령자들의 공기업 입사 증가
2∼3년 전만 해도 공기업과 사기업을 막론하고 만 30세를 넘는 신입사원은 찾기가 어려웠다. 회사 측이 나이 제한을 통해 고령자들의 입사를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제한을 두지 말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2005년 이후 만 33세 이상의 고령자 입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고령 입사자들은 다른 직장을 다니다 그만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공기업의 급여가 이전 직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점에서 선택했다고 공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전했다. 또 각종 고시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다 포기하고 뒤늦게 공기업을 선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고령자들은 과거의 경력과 상관없이 일단 입사를 하면 나이가 10∼30세 가량 젊은 동료와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고령자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경우, 다음달 1일 임용되는 신입사원 50명 가운데 33세 이상 고령자는 모두 4명이며 이중 최고령의 나이는 43세다. 학원강사였던 이 최고령자는 다른 신입사원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공단 측은 밝혔다.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작년도 일반공채 107명 중 35세 이상 고령자가 10명이나 됐다. 35세.36세.38세.43세.45세.46세.53세가 각각 1명이고 33세.34세.40세가 각각 2명씩이다.
이들은 상장사 근무 등 일정요건에 맞는 경력을 갖고 있으면 해당 호봉을 인정해주지만 1호봉당 임금차이가 2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른 신입사원들과 급여에서 큰 차이가 없다. 또 주임으로 승진하려면 다른 동료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이들 중에는 보일러 관리를 했던 분도 있고 세무사였던 분도 있다"면서 "이들 모두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젊은 사람들과 함께 입사시험을 치렀다"고 말했다.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올해 상반기 29명 공개채용에서 만 33세 이상 고령자는 27.5%인 8명이었다. 이들은 박사급의 고학력자들이라고 기술보증기금은 전했다. 조폐공사도 올해 상반기 공채인원 51명 가운데 33세 이상 고령자는 6명이었다.
한전도 올해 상반기 399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33세 이상 고령자는 7명이었고 나이별로는 33세 4명, 34세.35.38세 각 1명이다. 인천국제공항 상반기 입사시험에서도 합격자 66명 가운데 33세 이상 고령자는 4명이었다.
◇ 고령자들, 경험.전문성이 장점
고령자 신입사원의 나이가 여성 입사 동기생보다 10세 이상 많은 경우는 흔하다. 40대 후반 이상이면 딸이나 조카 정도 나이의 입사 동기를 두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고령자들이 조직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고령의 신입사원보다 나이가 적은 상사가 더욱 불편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인사담당자들의 설명이다. 고령자들이 대체로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조직에 빨리 적응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 어렵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충성도 역시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상반기 133명 채용에서 만 33세 이상 고령자는 4명이었다"면서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경험과 노하우, 경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업무처리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작년도 입사자 중 만 33세 이상 고령자는 36세 2명을 포함한 9명이었다"면서 "다양한 노하우를 가진 인재들이 함께 일하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고 전했다.
고령자들이 상대적으로 주변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작년 공채에서 최고령자는 33세의 여성이었는데, 고교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다 10년 늦게 대학에서 공부한 뒤 공채에 응시해 합격했다"면서 "그는 면접에서도 자신감이 많았고 실제로 리더십이 뛰어나 다른 동기생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고령자 입사자들을 긍정적으로 속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고령자들이 입사를 시작한 지가 1∼2년밖에 안되기 때문에 조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 "나이를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불편과 갈등이 생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고령자들은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으나 패기와 열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고령자 입사가 정말로 바람직한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