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동굴 속의 공포 '디센트'

2007-06-25     뉴스관리자
동굴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칠흑 같은 어둠, 폐쇄공포증을 유발할 수 있는 좁은 공간, 미지의 생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등등….

'쏘우' 시리즈로 유명한 라이언스 게이트의 2005년작 '디센트(The Descent)'는 이처럼 동굴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특징을 십분 활용한 납량용 공포영화다.

같은 해에 제작된 '케이브'라는 영화도 동굴을 공간적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지만 두 영화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케이브'가 '에이리언'의 아류 같은 어설픈 만듦새로 공포영화도 얼마든지 지루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줬다면 '디센트'는 설정이나 전개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유혈이 낭자한 끔찍한 장면과 등장인물간의 긴장감을 적절히 혼합한 구성으로 비교적 효과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1년 전,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남편과 딸을 모두 잃은 세라(쇼나 맥도널드). 아직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라를 위해 주노(나탈리 잭슨 멘도사)를 포함한 5명의 친구들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동굴탐험 여행을 기획한다.

주노의 길 안내에 따라 애팔래치아 산맥 깊은 곳에 위치한 원시동굴로 들어간 일행은 미지의 동굴이 갖고 있는 신비한 아름다움에 취해 즐거워한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사고로 동굴의 입구가 막히고 설상가상으로 자신들이 고립된 동굴이 지도상에 나타난 곳과는 전혀 다른 곳임을 깨닫게 된다. 아무도 모르는 동굴 속에 완벽히 고립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출구를 찾아 입구 반대쪽으로 계속 들어가는 것뿐이다.

동굴을 조사하던 세라는 희미한 어둠 속에서 사람이 아닌 무언가의 형체를 목격하지만 친구들은 단순한 착시현상으로 치부해버린다.

출구를 찾아 헤맬수록 발견되는 수십년 전 탐험가의 흔적들과 함께 이제껏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공포감을 느끼게 된 순간, 세라 일행은 귀를 찢는 울음소리와 함께 이제껏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괴생물체의 공격을 받게 된다.

괴생물체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단순했던 그들의 여행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돌변하고, 급기야 1년 전 과거에 묻혀 있던 진실마저 드러나며 일행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데….

영화는 '반지의 제왕'의 골룸과 '미이라2'의 난쟁이 괴물을 섞어놓은 것 같은 괴생물체를 등장시켜 관객의 공포를 자극한다.

괴물들과 세라 일행의 피 튀기는 혈투는 상당히 끔찍한 편이다. 눈알을 파내는 등의 일부 장면은 '쏘우'류의 '슬래셔 무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동굴을 무대로 한 영화인 만큼 '케이브'와 마찬가지로 화면은 시종일관 매우 어두운 편인데,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지만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특이한 것은 영화의 결말이다. 감독은 두 가지의 결말을 놓고 고민했던 모양으로, 국내 개봉판에서는 두 가지의 결말이 모두 선보인다.

7월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