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이용하려면 3대 사고 각오해야~

수하물 분실 및 파손, 배송지연 등 매년 반복...서비스 개선 절실

2011-11-25     이성희기자

인터넷몰, TV홈쇼핑 등 온라인 유통의 활성화로 택배 이용이 많아지면서 소비자 피해 역시 끓어 넘치고 있다.

2010년 시장 규모  3조원, 총 택배물량 12억 박스,  국민 1인당 연간 이용 횟수 21차례를 기록하며  택배산업은 해마다 10%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덩치 불리기와는 달리 정작 서비스 개선은 턱없이 부족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되는 택배 서비스 이용 관련 피해사례 역시 '수하물 분실', '배송지연', '물품 파손' 등으로 매년 비슷한 유형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에도 서비스 개선은 요원하다는 반증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 6월 1일부터 2011년 5월 31일까지 1년간 접수된 택배 관련 피해구제 239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동택배가 7.7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동부익스프레스 6.57건, KGB택배㈜ 4.62건, ㈜KG옐로우캡 2.16건, ㈜한진 2.10건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택배 관련 소비자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택배 운송물이 훼손, 파손되지 않도록 택배 운송에 적합하게 포장하고, 물품 가액을 운송장에 기재해 분실 등 피해발생시 손해배상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한 택배 터미널에 가득쌓인 택배박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동부익스프레스, 식품 배송지연 후 "중간서 만나서 줄께"

충청남도 당진군에 사는 최 모(여)씨는 배송직원의 어이없는 서비스에 황당함을 토로했다.

최  씨는 지난달 27일 인터넷몰에서 떡 1박스을 2만원에 구입해 충청북도 청원에 사는 아버지께 보냈다. '당일 배송'으로 명시된 상품이었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받지 못했다는 아버지의 말에 배송조회를 해보니 동부택배의 청원 영업소에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업체 고객센터로 문의하자 상담원은 물건이 많아 지연되고 있지만 곧 배송될 것이라고 해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오후가 되도록 배송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어렵사리 연락처를 알게 된 영업소로 직접 문의하자 책임자는 “택배기사가 사고가 나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떡을 냉장고에 보관중이니 중간에서 만나자”고 어이없는 제안을 했다.

최 씨는 “다른 물건도 아니고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인데 제때 배송하지 않고 멋대로 냉장보관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아무리 사고가 났다지만 배송 기사가 한명 뿐인 것도 아니고 중간에서 만나서 가져가라니 어이가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동부익스프레스 관계자는 “확인결과 물량이 많아 차가 고장 나면서 배송지연이 됐다”며 “이러한 사정에 대해 고객께 양해를 구하면서 중간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며 배송 지연된 떡은 재구매해 송하인에게 보내는 것으로 최종 처리했다”고 밝혔다.

경동택배, 냉장고 고물 만들고 3개월째 보상 질질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홍 모(여.32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6월 9일 전라남도 해남에 계신 어머니께 냉장고와 세탁기를 보내기 위해 경동택배를 이용했다.

결혼을 앞둔 홍 씨가 3년가량 사용했던 제품들로 새 것과 다름없이 깨끗해 어머니댁으로 보낸 것. 며칠 후 홍 씨는 어머니로부터 "냉장고 여기저기가 찌그러지고 깨졌다"는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확인 결과 멀쩡했던 냉장고가 위, 아래 찌그러지고 뒤쪽에 강한 충격을 받았는지 내부 부품마저 심하게 손상된 상태로 도착됐다는 걸 알게 됐다.

냉장고 제조회사에 AS를 요청했지만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기막힌 답변이었다. 화가 난 홍 씨는 경동택배 지점으로 따졌지만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반복했다.

결국 소비자보호센터로 민원을 접수하고서야 경동택배 본사로부터 보상 건에 대해 접수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보상을 위해 팩스 접수한 냉장고 견적서를 받지 못했다며 3개월이 경과된 현재까지 배상을 미루고 있는 상태.

홍 씨는 "처음에는 잘못이 없다고 배짱을 부리더니 이제는 5번씩이나 반복해서 보낸 견적서를 받지 못했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시간만 끌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경동택배 관계자는 “관할지점의 책임자가 바뀌다보니 인수인계 때문에 늦어진 것 같다”며 “팩스 수신 확인 후 처리했다”고 답했다.

현대로지엠, 수하물 분실 후 보상 차일피일 미뤄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에 사는 서 모(남.33세)씨 역시 택배서비스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7월 7일 인터넷몰에서 간장게장 1통을 10만원에 구입했다. 이틀 후 도착예정이라던 상품은 연락이 없었고 며칠이 지난후에야 '배송 중 분실'이라는 어이없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배송기사에게 항의해 "배상하겠다"고 약속을 받았지만 입금하기로 한 날짜가 지나도록 서 씨의 전화를 고의적으로 피했다고. 결국 현대로지엠 지점과 본사 측으로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지만 차일피일 시간만 끌 뿐 처리과정에 대한 어떤 설명조차 들을 수 없었다.

서 씨는 “간장게장 한 통 받기가 이렇게 힘들 줄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택배사의 과실로 분실한 것도 모자라 보상을 약속하고는 택배기사와 지점의 미온적인 태도로 한달이 넘게 시간을 끌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현대로지엠 관계자는 “배송 전 고객과 연락이 되지 않아 경비실에 맡기는 과정에서 분실된 것 같다”며 “택배기사와 지점이 어떤 이유로 배상을 지연했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지만 본사에서 접수 후 보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행이 본지의 중재로 며칠 후 서 씨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