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선 담합 몰랐을까?..김중겸 사장 '발등에 불'
취임 두 달째를 맞아 어깨가 무거운 한국전력공사 김중겸 사장에게 '수신제가(修身齊家)'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9·15 정전대란과 국정감사를 헤쳐 나온데 이어 수조원에 이르는 적자, 동절기 전력수요관리대책, 원자력발전소 수출 등의 문제를 해결과제로 안고 있다.이런 가운데 전선업체들의 담합 사실이 불거져 '한전이 이를 몰랐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사장이 향후 한전의 내실 다지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전선업체들이 지난 11년간 조직적으로 한전 납품 제품에 대해 담합해온 행위가 적발돼 당황하고 있다.
적자로 허덕이는 가운데 원가를 높이는 이 같은 행위가 장기간 대규모로 이뤄진 것에 대한 한전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
앞서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LS, 대한전선, 가온전선 등 국내 35개 전선업체들이 11년간 담합해 한전에 3천여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작 피해자로 지목된 한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십수년 동안 밥먹듯 이어져온 담합행위를 과연 한전이 몰랐느냐는 것이다. 최근 3년만 살펴봐도 적자가 6조원에 이르고 국민들에게 원가보다 싼 전기를 쓴다고 생색내던 참이라 적자의 주원인이 원가관리의 부실에서 기인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도 쏟아지고 있다.
한전이 최근 대규모 적자를 이유로 빼 든 10%대의 충격적인 요금인상 카드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 들었다.
일부에선 담합행위가 대규모, 장기간 이루어진 점을 들어 한전이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전선업체들의 담합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1월과 올 2월에도 있었다. 한전이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에 힘쓰지 않았음을 문제 삼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월 LS, 가온전선, 대한전선 등 주요 전선업체들은 유통대리점 판매 가격을 비롯한 총 4개의 사건 담합에 모두 관여하며 각각 340억원, 67억원,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또 이들은 작년 11월 하동화력발전소 공사 케이블 구매 당시에도 담합 행위를 저질러 시정명령과 함께 17억7천만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이 외에도 공정위는 2009년 7월 피뢰침 경용 통신선 구매입찰과 2003년 5월 철도청 전력선 구매입찰에 대한 담합혐의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국내에서는 공익과 원가주의로 접근하고 해외에서 수익을 내는 형태로 사업구조를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은 최소화하고 적자는 해외에서 메우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김 사장은 원가 절감 등 내부 관리를 더욱 다잡아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됐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