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 농심, 실적 부진 설움 벗을까?
농심이 긴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났다. 모진 고생끝에 라면가격을 인상해 실적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날로 가중되는 원가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3년 만에 라면가격 인상을 관철시켰다. 물가 당국의 서슬 퍼런 압박을 뚫어낸 셈이어서 농심의 이번 가격인상의 의미는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농심은 지난해 물가안정 기조에 밀려 신라면, 안성탕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4.5% 인하했다. 올 상반기에는 야심차게 내놓았던 신라면 블랙이 생산중단됐고 하반기들어서는 꼬꼬면 등 경쟁사들이 내놓은 하얀 국물 라면의 약진으로 라면명가로서의 자부심에 상처까지 받았다.
농심의 올 3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2.4% 감소한 4천82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5.5% 감소한 277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의 선전으로 시장점유율도 소폭(1.9%p) 하락세를 보이며 68.1%에 머물렀다.
농심의 라면 사업부문은 전체 매출의 70%에 달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올 3분기 원가비중은 73~74%에 달하며 소맥분등 주요 매입 원재료 비중은 56% 정도이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인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농심 주가는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무려 9.63%(2만1천원) 수직상승하며 23만9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18일(11.37%) 이후 3개월여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우원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판가 인상에 따른 라면 제품 평균 순매출단가 상승효과를 6.5%, 매출 증가 효과는 830억원"으로 예상했다.
강희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내년 농심의 전체 매출은 기존 추정치 대비 4.6%, 영업이익은45.8%, 주당순이익(EPS)은 37.5%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심은 앞서 25일 신라면 등 라면 가격을 평균 6.2% 인상한다고 밝혔다. 권장소비자가격 기준 신라면(730원)과 안성탕면(650원)이 각각 750원과 700원으로, 너구리(800원), 짜파게티(850원), 사발면(850원)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이 모두 50원씩 인상됐다.
선두업체인 농심이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기타 라면업체의 가격 인상은 한층 수월해 질 전망이다. 삼양식품과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라면업체들은 이르면 내년 초 가격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