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부회장, 남용 전 부회장 물빼고 '독한 LG' 세우고
구본준 부회장이 내년 턴어라운드를 위해 LG전자 주요 사업부장을 자신의 색채로 물갈이했다.
취임 1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구 부회장이지만 최근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주요 사업부장의 물갈이를 통해 명가재건을 위한 '독한 LG' 드라이브를 건 것.그러나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인사폭이 크지 않아 '안정속 개혁'카드를 빼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LG전자는 권희원(사진 왼쪽) HE사업본부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신문범 HA사업본부 해외마케팅담당(부사장)을 HA사업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LG전자 주요 사업부장은 모두 구 부회장이 임명하거나 발탁한 인물들로 채워지게 됐다. 과거 스마트폰 열풍에 대응하지 못해 회사를 곤경에 빠트린 남용 전 부회장의 색채는 지워졌다.
6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이어가는 휴대폰 부문의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해 위태롭던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을 비롯해 노환용 AE사업본부장 등 작년 발탁된 두 사람은 연임됐다.
HA사업본부장을 5년 넘게 지냈던 이영하 사장은 경영지원부문 사장으로 이동했다. 남 부회장 시절 TV 사업을 맡았다 올해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을 지냈던 강신익 사장은 고문 역할을 맡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남 부회장 시절 영입됐던 외국인 임원 상당수도 이미 상반기 LG전자를 떠난 것으로 전해지며 나머지 인사들도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역량과 성과가 철저히 반영된 인재 선발이라는 설명이다.
권 신임 사장은 1980년 입사 이후 30여년 간 전자산업의 얼굴이라 불리는 TV와 IT사업부문을 두루 거치며 LG전자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성과를 인정받았다.
FPR 방식의 시네마 3D 스마트TV를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평판 TV 시장에서는 LG전자를 세계 2위에 올려놓는 등 견실한 손익구조를 구축한 공로도 한 몫 했다.
실제로 권 사장은 2007년 LCD TV사업부장에 올랐던 그해 HE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늘어난 12조6천여억원을 기록했다.
본부장에 올랐던 2010년 전까지 이 부문 매출은 22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극심한 경기 불황 속에서도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천734억원으로 이미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신임 신문범 HA사업본부장은 중아지역과 인도에서 LG전자가 가전 시장을 석권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회사 내부에서도 2014년 LG전자의 세계 가전 시장 1위 비전 달성에 가정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LG전자의 2012년도 임원인사 규모는 총 43명으로 39명이었던 작년에 비해 늘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구본준 부회장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한 번 더 믿어보겠다'는 신뢰와 함께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갓 취임 1년을 맞은 구 부회장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하기엔 다소 부담을 느껴 과거 색채를 빼는 것으로 선을 그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