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보증사장도 현대건설 출신 MB맨 선임되나
2011-12-01 임민희 기자
그간 MB정부가 금융기관 및 공기업, 국책기관 인사 때마다 'TK(대구․경북), 고려대, 현대건설 출신' 등으로 점철되는 특정 인사들을 주로 기용해 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아니라 최근에는 대한주택보증 차기 사장 후보군에 현대건설 출신 인사가 포함된 것을 비롯해 올해에만 남양주도시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공기업에 현대건설 출신이 줄줄이 사장으로 선임되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대한주택보증의 경우 건설사를 주고객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주택전문 보증기관임에도 이해관계에 있는 특정 건설사 출신을 사장 후보군에 올린 배경을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남영우 대한주택보증 사장 후임으로 현대건설 부사장 출신인 김선규 씨가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주택보증은 지난달 11일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사장후보로 김선규 씨를 포함한 3명의 후보를 선정해 기획재정부에 올렸다.
김선규 씨는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홍콩지사 지사장, 전무, 영업본부 본부장,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지난 30여년 동안 '현대맨'으로 지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가 3명 중 2명의 복수 후보를 정해 대한주택보증에 통보하면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대한주택보증 노조 측은 이해관계에 있는 민간 건설사 출신을 차기 사장에 앉힐 경우 공기업의 중요 책무인 '공정한 업무 처리'가 어렵고 대한주택보증이 보호하는 무주택 서민 등에 대한 공적 기능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홍식 대한주택보증 노조위원장은 "사실 현대건설 출신 인사 내정설은 지난 9월부터 나왔는데 그간 노조에서 청와대 등에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내정이 철회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만약 이달 중순쯤 예정된 공운위에서 정한 2명의 후보 중에 김선규 씨가 포함돼 있다면 사장에 내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대한주택보증의 주고객인 현대건설 출신이 만약 사장으로 취임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자기거래'가 일어날 수 있고 더 나아가 삼성물산이나 GS건설, 대림건설 등 동종업계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해 향후 '특혜시비' 등 법적소송 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27일 주총에서 차기 사장을 선임하는 절차만 남겨 두고 있다"며 "임추위에서 올린 3명의 후보가 누구인지, 왜 후보로 추천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현 정부들어 현대건설 출신 인사가 공기업 CEO에 선임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현대건설 상무 및 코오롱건설 부사장 출신인 원현수 씨가 지난 2월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에 선임됐고 9월에는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김중겸 씨가 한국전력공사 사장에 선임됐다.
특히, 김중겸 사장은 경북 상주 출신(TK계)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로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줄곧 30년을 '현대맨'으로 지낸 '3박자'를 모두 갖춘 인사다.
이밖에도 2008년 8월 선임된 정승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현대건설 전무 출신이고 지난 2009년 10월 선임된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역시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다.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도 현대건설 출신은 아니지만 같은 현대가 계열인 현대종합상사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관련업계에선 특정 회사 출신의 인사들이 금융공기업에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오는 데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관련 인사들이 각 분야의 비전문가이거나 민간 기업 CEO 출신인 경우가 많아 공정인사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금융계 한 관계자는 "민간 CEO 출신이 금융공기업 사장으로 오게 되면 서민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공적인 마인드보다는 '비지니스 프랜들리(친기업)'로 이익추구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처럼 공기업에 '내 사람을 심는다'는 식이 아니라 공정한 인사 원칙에 따라 해당기관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문성은 물론 조정자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